KT&G 사장 후보 둘러싼 美 '1조5000억 장기예치금' 반환 논란
방경만 수석부사장 뒤따르는 '현직 리스크' 2020년까지 관련 부서 글로벌본부장 역임
KT&G 사장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방경만 현 수석부사장이 미국의 주정부들에 맡겨진 1조5000억 장기 예치금 반환이 불확실해진 사건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KT&G는 이번 주 중 숏리스트 후보들에 대한 집중적인 대면 심층 인터뷰를 하고 최종 후보를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차기 사장 선임은 최종적으로 오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백복인 사단이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KT&G 사추위는 내부 후보와 외부 후보 각각 2명씩 균형을 맞춘 상태다. 내부 인사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외부 인사인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등이다.
이번에 숏리스트에 오른 4인 모두 해외 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해외통'이란 점이 특징인데 방경만 수석부사장에겐 현직 리스크가 따르는 것이 눈길을 끈다.
KT&G는 담배 수입과 관련된 미국 보건 당국의 규제를 위반하는 한편, 잘못된 자료를 제출해 미국 법무부와 식품의약국(FDA) 조사를 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KT&G 미국 법인(USA Corporation)은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로부터 현지에서 판매 중인 담배 제품의 규제 준수 현황에 관한 포괄적 문서제출명령을 받았다.
반기 보고서엔 "조사의 최종 결과 및 그 영향은 당분기말 현재 예측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도 KT&G 경영진은 2025년부터 반환이 예정된 1조5000억원의 예치금이 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1조5000억 원가량에 상당하는 장기 예치금은 일명 '에스크로 펀드'라고 한다"며 "재무제표 주석에 예측할 수 없다고 적힌 것은 모두 날릴 위험도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월 14일에도 멘솔 담배 관련 규제 강화책을 내놨다. KT&G 미국법인은 지난 2007년과 2011년 미국에서 담배 카니발과 타임을 출시하면서 특정유해물질 성분을 식품의약품 제출 문서에서 누락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방경만 수석부사장은 지난 2021년 12월 열린 제13차 이사회 당시 사업부문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방 수석부사장은 KT&G 입사 초기부터 비서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브랜드실장,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글로벌본부(CIC)를 총괄하는 본부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는 전략기획본부장을 겸직했고, 2021년에 부사장으로 영전한 후 사업부문장과 전략기획본부장, 지배구조위원회 위원, 경영위원회 위원 등 요직을 아우르는 핵심 인사가 됐다.
방 수석부사장이 참석한 당시 KT&G 이사회는 "미국 내 궐련 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 시장경쟁 심화에 따라 미국 사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발생했다"면서 "향후 글로벌 사업 전략 관점에서 미국 사업 전략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여운을 남긴 바 있다.
미국 사업 환경 변화를 검토한 결과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란 주장이지만 여기서 문제는 판매 중단 사태 발생 이전까지 5년 간 방 수석부사장이 글로벌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멘솔 담배 판매가 불러올 문제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가 이사가 돼 보험처리를 하는 격이었다"고 꼬집었다.
방 수석부사장이 승진을 거듭해 오는 동안 측근들이 비리에 연루돼 면직된 사실도 드러났다. 브랜드실장(상무) 시절의 직속 부장 2명이 횡령으로 면직됐는데 A 부장은 납품업체에서 뇌물을 받고 형사 처벌됐고, B 부장은 지인 명의로 허위 업체를 만들어 회삿돈 수억 원가량을 용역비로 횡령한 후 그만둬 내부적으로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이 저지른 행위는 브랜드실장 재임 중이 아닌 이후 발생한 개인의 일탈로, 인지한 즉시 면직 등 시정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