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언론부터 택시까지, 포털 갑질 제동 나선다···인터넷신문이 쏘아 올린 포탄
범언론대책위,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 우월적 지위 행사 잘못된 계약 관계 시정 계기 “언론 비롯 포털이 영위한 사업 갑질 제약할 것” 공정위 다음은 방통위···제평위 가동 촉구 계획
인터넷 신문사가 네이버·카카오다음과 구글 등 포털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에 대항하고 나섰다. 카카오다음의 일방적인 검색 정책 변경에 반발해 온 인터넷 신문사는 포털이 제시하는 약관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넷플릭스가 처음에는 무료로 이용자 모집하다가 갑자기 막 이용 요금을 30%, 40% 올리잖아요. 인터넷 신문사에 대한 포털 갑질이랑 같은 원리예요. 아마도 이번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가 포털 갑질을 시정하는 시금석이 될 겁니다.”
15일 정경민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 부회장은 서울중앙우체국에서 포털의 불공정약관에 대한 심사 청구서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발송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심사 청구는 인신협 소속사가 주축이 된 ‘포털 불공정행위근절 범언론대책위원회’(범언론대책위)가 주도했다.
범언론대책위는 이번 약관 심사 신청서에 “카카오와 네이버는 2016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설립하여 제휴 요건과 평가 방법을 상세히 정하는 등 다수 인터넷 신문사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약관을 제정하고 이를 인터넷 신문사에 적용시켜 왔다”면서 “2019년부터 카카오다음은 제평위의 제재 심의 결정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뉴스 검색 정책 변경 동의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 신문사들은 이러한 약관이 매우 불리한 내용임을 잘 알면서도 인터넷 뉴스 시장의 유력 사업자에게 약관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없었다”면서, 네이버에 대해서도 “별도의 약관을 제정하여 시행 중인 정책과 제재에 동의하도록 하면서 심사 규정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범언론대책위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규정이 약관법 제6조 제2항, 제9조, 제10조 제1항, 제10조 제1호,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호 등의 위반이라며 약관법에 따라 시정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신협 회원사 등 50개 인터넷 신문사가 카카오다음을 상대로 제기한 ‘카카오 뉴스검색서비스 차별 중지’ 가처분 소송 2차 심문기일인 13일 재판정에서도 카카오다음 측 변호인은 “포털과 인터넷신문의 뉴스검색제휴 관련 규정에 인터넷 신문사의 의무 조항만 존재하고 포털의 의무는 없었다”고 주장해 검색 제휴 관계가 불공정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바 있다.
최근 카카오가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뉴스 검색 노출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이용자들이 별도로 설정을 변경해야만 검색 제휴 언론사 기사가 노출될 수 있도록 한 조치와 관련해 범언론대책위는 “약관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고객의 최소한의 권익과 절차적 참여권마저도 철저히 배제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4일 인신협 이사진과 비상대책위원 대표단은 세종시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방문해 진정서를 내고 인터넷신문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카카오다음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아줄 것을 촉구했다. 진정서에는 '검색 제휴사들은 약관 및 동의서에 근거해 포털 다음과 거래 관계를 맺어 왔다', '카카오다음의 일방적 뉴스 검색 정책 변경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일 뿐만 아니라 중소 언론의 정상적 언론 활동을 방해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체 이의 제기할 수 없는’ 약관 시정 계기
포털 경유한 생태계 역학 관계 변화 기대
이의춘 인신협 회장은 “약관에는 (포털이 행사하는 인터넷 신문사에 대한 제재에 대해) 일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도 포털의 갑질 행위든 우월적 지위 행사를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한 바 있듯이 우리 미디어 시장에서도 포털과 언론 간의 잘못된 계약 관계를 시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정 움직임으로 포털을 경유한 사업 생태계의 역학 관계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인신협 부회장은 “(불공정 약관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포털이 앞으로 언론사뿐만이 아니라 택시랄지 포털이 영위하고 있는 다른 사업들에서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포털이 비슷한 갑질 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제약이 될 것이다”라면서 “공정위가 포털의 불공정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범언론대책위는 이번 공정위 약관 심사 청구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에 가동이 중단된 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가동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인신협은 제평위가 조속히 가동돼 회원사들이 투명하게 입점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입점 심사가 중단되면서 어뷰징도 심해지고 유사 광고나 불법 사금융 광고들이 더 거세지는 등 미디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다른 한편으론 최근 가짜 뉴스 이슈로 인터넷 신문사들이 옥석구분 없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인신협 회원사들에 대해 조속한 피해 복구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