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잡음 최소화 위한 설득···한동훈 vs 이재명, '이것' 달랐다

여야 전략공천 지역 윤곽 韓, 공개적 띄워주기 동반 李, 비공개적 불출마 권유

2024-02-15     이상무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023년 12월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공천관리위원회가 4·10 총선 예비후보를 심사하면서 전략공천 지역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예비후보는 반발하기 마련인데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잡음이 크게 나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5일 회의를 열어 25명을 단수공천 대상자로 선정했다. 단수공천이란 특정 지역구의 후보를 경선 없이 당 공관위가 1명 정하는 제도다. 후보의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평가되면 경선을 치르지 않고 지역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본선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인천에선 최대 격전지인 계양을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윤상현 의원(동구·미추홀을), 배준영 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 심재돈 전 당협위원장(동구·미추홀갑), 정승연 전 당협위원장(연수갑) 등 5명이 단수 추천 대상이 됐다.

경기도 ‘불모지’인 수원에서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기 수원병)과 이수정 경기대 교수(경기 수원정), 영입 인사로 출마한 김현준 전 국세청장(수원갑)을 단수로 추천했다.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한 최영희(비례대표) 의원은 현역의원 중 첫 컷오프 사례가 됐다. 이 지역은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단수 추천을 받았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이날 3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광진을(고민정) △서울 서초을(홍익표) △부산 사하갑(최인호) △부산 연제(이성문) △포천가평(박윤국) △강원 원주을(송기헌) △경남 김해갑(민홍철) △경남 김해을(김정호) △경남 양산을(김두관) △경남 창원의창(김지수) 등 10곳이 단수 공천으로 확정됐다.

또한 민주당은 총선 영입 인재 강청희·노종면·이재성·전은수 씨 등 4명을 서울 강남을·인천 부평갑·부산 사하을·울산 남구갑 4곳에 각각 전략 공천하기로 했다.

여야 모두 전략 공천을 선정하는 기준은 '경쟁력 우위'다. 하지만 선거에 작용하는 변수는 다양하고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그동안 총선, 지방선거마다 공천 잡음이 어떤 식으로든 분출했던 이유다. 

총선을 책임지고 이끄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찍부터 각 당 공천 탈락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한 위원장은 설득 과정에 공개적 '립서비스'를 더했다. 그는 13일 서울 강서을 공천 '부적격' 판정에 반발한 김성태 전 의원에 대해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았던 분"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당의 시스템 공천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을 당의 후보로 제시하진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아쉬운 심정 가눌 길이 없지만, 이제 우리 당의 ‘시스템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려 한다”며 “당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께서 큰 정치인답게 필요한 결정을 해주셨다. 함께 가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자진해서 공천 신청을 철회하는 사례도 나왔다. 여의도 올드보이 귀환을 예고했던 김무성 전 의원은 15일 돌연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중구영도구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들을 한 달간 지켜보니 모두 훌륭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제 역할은 끝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의 정치는 무엇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목련이 피는 4월, 동료 시민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 김 전 대표님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경우 전·현직 중진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과정이 비공개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전화를 돌리다 보니 '자기 사람'을 무리하게 꽂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문학진 전 의원에 전화해 당에서 실시한 공천 적합도 조사 결과 1위 후보와 차이가 크니 출마가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전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위 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경기도 팀)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지지율)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도봉갑 3선 중진인 인재근 의원은 "윤석열 정권 심판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22대 총선 불출마를 결심한다"면서도 당의 전략공천 검토 대상자인 김남근 변호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전에 인 의원과 총선 출마 관련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로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아무리 대통령 지지도가 낮더라도 그것만 믿고 이 대표가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 온 건 사실"이라며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불어민주당 당명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결국 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시스템 공천 원칙도 결국 친윤, 검사 출신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당 내 갈등이 먼저 시끄러운 건 아쉽다"며 "이 대표가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한 이후 대대적 물갈이 과정의 일부 진통이 있지만 선거 날이 다가올수록 원팀으로 뭉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