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神] ⑦ 김승룡 편 : 퇴직금 투자 성공?···TDF·ISA부터 공략하라
김승룡 한화투자증권 연금기획팀 팀장 원리금 비보장형은 은퇴 시점 맞춤형 TDF 세금 줄여주는 ISA 계좌 모르면 나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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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에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
"혼자 주식 투자를 한다고 칩니다. 장이 좋을 때는 몇십 퍼센트도 벌 수 있지만 안 좋을 때는 잃을 수도 있습니다. 연금이라는 건 이와 달라야 합니다. 노후를 보장하는 돈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따라서 퇴직연금은 장이 오를 때 덜 오르고, 장이 떨어질 때는 덜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의 연금기획팀을 이끄는 김승룡 팀장은 퇴직연금 상품들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화투자증권은 DB형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는다. 증권사가 강점을 가진 DC형, IRP에만 집중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1, 2분기에 한화투자증권은 원리금 보장형 DC형 퇴직연금 수익률 부문에서 43개 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세대가 퇴직금을 연금화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수익률이 안 높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관해 김 팀장은 퇴직연금의 투자 기조는 '안정성'에 있다고 말했다. 주식 등의 단기 투자와 퇴직연금 운용은 철학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수익률이 30%에서 -40%까지 요동치는 쪽과 꾸준히 5%의 수익률을 내는 펀드 중 10년 뒤 더 많이 불어나 있는 것은 후자 쪽이다. 김 팀장은 직접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했다.
김 팀장은 말한다. 시장을 비트하는 사람이라면 퇴직연금에 가입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매우 적다.
"시장을 이기는 사람들이 극소수 있긴 합니다만 저는 일반 개인은 시장을 비트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펀드 매니저가 액티브하게 투자할 때의 수익률을 보면 일반 ETF와 별 차이 없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워런 버핏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투자자는 절대 시장을 이길 수 없으니 그 자체에 투자하라고 말이죠."
"우리 회사에서 IRP를 쓰시던 분들은 이탈률도 낮습니다. 지인이 추천해서 '다른 회사로 갈아타 볼까?' 하시다가도 없던 수수료가 생기니 '내가 왜?' 하고 돌아서시는 거죠."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펀드가 좋을까. 김 팀장은 TDF를 가장 많이 추천한다고 말했다. TDF란 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의 약자로 가입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TDF2045는 2045년에 은퇴하는 사람을 위한 포트폴리오다.
"2045년에 은퇴할 예정이라면 일할 시간이 20년 넘게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TDF2045의 경우 주식의 비중이 높습니다. 안정적인 채권의 비중은 좀 낮고요. 아직 벌어들일 돈이 많이 남았고 시간도 있으니 돈을 불리는 거죠. 반대로 당장 내년에 은퇴하는 분들을 위한 TDF2025에는 주식 비중을 낮추고 채권 비중을 올려둡니다."
이미 퇴직한 사람이라도 늦지 않았다. TIF를 활용하면 된다. 타깃 인컴 펀드(Target Income Fund) 즉 '목표 소득 펀드'를 칭하는 TIF는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자산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전세계적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돈이 불어나지는 않지만 평균 목표 수익률을 4%대로 잡고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이 핵심이다.
퇴직금을 운용사에 적립할 때는 수수료가 발생하고 이는 퇴직금의 연금화를 막는 큰 허들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월경부터 수수료 부과 기준을 손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역시 계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다.
"고객님들께서는 운용 관리 보수가 별도로 있는 게 불편하시겠지만 다른 상품보다는 수수료율이 확실히 낮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 망이 탄탄하고 경신이 잦아 전산 프로그램은 늘 업그레이드 중입니다. 한화투자증권 DC형 퇴직연금의 수수료는 0.4%인데 업계에서 최저 수준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의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미래설계NOW'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자신에게 꼭 맞는 노후 대비 플랜을 짤 수 있다. 현재 나이와 보유 자산, 연금, 희망 은퇴 시점을 입력하면 은퇴 후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액수가 계산된다.
"미래설계NOW는 2019년에 포항공대와 협업해서 만들었습니다. 계산 결과 한 달 예상 수령 액수가 50만원으로 나왔는데 '난 100만원은 있어야 하겠다' 생각 드신다면 수령 가능 액수를 높이기 위한 플랜을 스스로 짜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은퇴 시기를 늦추거나 연금 불입액을 늘린다면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설계한 데서 끝나지 않고 곧바로 상품 매매까지 연결돼 편리합니다."
퇴직금 적으면 연금 저축·ISA로 절세 혜택 받고
공적 연금 불안은 개인연금 마련으로 해소해야
퇴직연금 '고객·사회의 내일 위한 금융 설루션'
퇴직금이 적어 연금화할 이유를 못 찾는 사람이라면 ISA나 연금 저축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 중도 인출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ISA의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퇴직금 규모가 작아 '혼자 굴려야지’ 생각한 사람이라도 ISA의 절세 혜택을 놓친다면 손해다.
"퇴직금이 적으신 분들은 세금도 적고 연금화해서 한 달에 받는 금액도 적으니 퇴직연금에 많이 가입하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께는 ISA와 연금 저축을 추천합니다. 수익에 대해 세금은 안 떼가지만 퇴직연금보다 인출은 자유로우니까요. 예를 들어 ETF에 투자하는 사람은 배당받을 때 15.4%의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 투자를 ISA 통해서 한다면 수익이 200만원 날 때까지 세금 안 내도 되는 겁니다. 본인의 선택이지만 금융 지식이 없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답니다."
김 팀장은 공적 연금에 대한 불안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라 개인연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도 첨언했다.
"기대 수명은 늘어나는데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늦춰지고 있습니다. 노후를 대비할 때 3단계의 보장 구조가 있죠. 국민연금, 퇴직금, 개인연금이 있는데 국민연금은 계속 불입하시면서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으실 겁니다. 이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연금을 많이 드는 편이 좋겠습니다."
국내 퇴직연금의 크기가 커진다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퇴직연금 드는 사람이 늘고 고정 소득을 얻는 노년층이 늘어난다면 자식 세대의 부담 역시 줄어든다.
"퇴직연금은 거의 다 중장기 투자니까 자본시장이 긍정적입니다. 안정적인 연금 소득이 발생해 잉여 현금 흐름이 발생하면 이는 소비로 이어져 전체 GDP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퇴직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면 욕심과 조바심을 내려놓고 연령과 퇴직금 규모를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
"연금 투자는 기본적으로 중장기 투자입니다. 1년 미만 채권은 1년 뒤 인출 계획이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아예 라인업에서도 빼버립니다. 보통 채권은 3년 이상의 것을 추천해 드리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연금과 투자와 관련해 공부해 볼 만한 경제학자로 존 보글을 추천했다. 존 보글은 미국 투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인덱스 펀드를 창시하고 TDF로 유명한 뱅가드 그룹을 창립했다. 보글은 투자할 때 '단순함’과 '상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존 보글의 책 중에 '스테이 더 코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흔들림 없는 투자를 하라는 관점을 풀어 쓴 책인데 투자 시 참고하면 좋습니다."
이처럼 퇴직연금에 누구보다 '진심'인 김승룡 팀장에게 퇴직연금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리 회사 비전 마지막 부분이 '고객과 사회의 내일을 위한 금융 설루션을 제공한다’입니다. 고객과 사회의 내일, 즉 노후를 위한 금융 설루션이 바로 퇴직연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삶의 목적은 아니겠지만 삶을 좀 여유롭게 만들어줄 수는 있다고 보고요.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니 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필요조건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