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올드보이의 귀환···혁신 경쟁전 나서는 여야와 엇박자

김무성·박지원 등 7080 노장 총선 도전하지만 용퇴론 직면 낙천 위기 김성태 "윤핵관 작품"

2024-02-07     이상무 기자
김무성 전 의원과 박지원 전 의원 /연합뉴스

오는 4·10 총선을 통해 여의도 복귀를 노리는 전직 중진 올드보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고 있다. 이들이 경륜에 걸맞은 바람을 일으킬지, 세대 교체론에 밀려날지 주목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73)이 15일 부산 중·영도구에 도전한다. 김 전 의원은 15∼18대 때는 부산 남구을에서, 19∼20대 때는 중·영도에서 당선된 바 있다. 한때 대권주자로 분류됐지만 쇠락기를 거쳐 야인으로 지냈다.

이인제 전 의원(76)은 일찌감치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당선되면 7선이다. 아울러 심재철 전 의원(66)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자신의 지역구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6선을 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82)이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5선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 2일 공천 면접 후 "제가 올드보이로 보이냐. 올드보이가 아니라 스마트 보이"라며 "나만큼 더 열심히 윤석열, 김건희 정권에 투쟁한 사람이 있음 나와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71)은 전북 전주병에서 5선 채비를 마쳤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5선 의원 출신인 이종걸 전 의원(67)은 지난달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의원(67)도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시상당구(현역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며 최근 공천 면접 후 "저는 사법 리스크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령대가 60대 중반 이상인 이들은 새롭지는 않지만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기존 21대 국회가 정쟁이 난무한다는 문제점이 있어 대안적인 니즈를 파고드는 전략"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중시했던 예전 풍습을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부 인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의도 올드보이들은 자당 후배인 현역 또는 신인과 맞붙는 경우가 많아 여야 통틀어 치열한 공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무성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자신의 총선 출마를 비판하는 시각과 관련해 "인생의 경험을 많이 해서 지혜가 쌓인 ‘골든보이’라 불러주시길 바란다"며 "초선이 50%가 넘는 국회의 정치가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으면 저희가(출마하겠다는) 이런 생각을 못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서을 예비후보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성태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

하지만 구태 정치 복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여야는 현재 옛사람 소환 대신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는 등 혁신과 물갈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올드보이는 이런 기조와 맞지 않아 충돌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공천 신청자 849명 중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성태 전 의원(3선) 등 29명을 부적격 기준에 따라 공천 심사에서 원천 배제했다.

서울 강서을 예비후보인 김성태 전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이 참담한 결과는 우리 당과 대통령 주변에 암처럼 퍼져있는 소위 ‘핵관’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일부 친윤 의원들이 의도적으로 저를 공천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박대수 의원을 겨냥해 “배은망덕한 노총 후배”라며 “한 달 전부터 ‘컷오프(공천 배제)’를 운운하고 다녔다. ‘짜고 치는 공천기획설’을 해명하고 전모를 밝혀달라”고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핵관의 공천 개입설'에 대해 "공천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천은 당이 공정하게 하고 있다. 내 말이 안 믿어지시느냐"고 호소했다.

민주당에서 전남 해남·완도·진도 현역 윤재갑 의원은 6일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전 원장을 향해 “과거 국민의당을 창당해 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리는 등 문재인 후보를 압박한 사람”이라면서 “지도부의 현명한 결단을 요청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당내 여론에 힘입어 같은 날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선배 정치인들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달라”고 에둘러 용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