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공천, 시작부터 여성 저조···정치권 높은 벽 여전

'여성 30% 할당' 권고에도 13% 불과 女의원, 男보다 의정활동·도덕성 우위 전문가 "정당이 여성 정치인 키워야"

2024-02-05     이상무 기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위쪽)와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회의(아래쪽). /연합뉴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절차와 선거운동 시작부터 여성 예비후보의 비중은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당은 경선에 참여하는 여성 후보를 위해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현실 정치 문턱을 넘기에는 여전히 힘겨운 실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 공천 신청 성별 비율은 남성이 86.7%(734명), 여성이 13.3%(113명)으로 남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지난 21대 공천 접수 시 여성 비율이 11.59%였던 것에 비해 1.75%포인트만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공천 접수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과 대동소이할 전망이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 예비후보자는 총 539명에 여성이 71명(13.1%)으로 현저히 낮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에서는 '정당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중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난 2005년 규정했다. 그러나 19년간 권고에 그쳤기 때문에 남성 편중은 고착화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여성 후보를 32명(12.6%), 미래통합당은 26명(10.2%)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이후 여성 후보가 많이 당선돼 결과가 달라지는 이변은 없었다. 21대 국회의원 298명 중 여성 의원은 19.1%인 57명이고, 지역구 여성 의원 29명은 지역구 의석 253석의 11.5%에 불과하다.

한국은 여성 의원 비중은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8%, 세계 평균 25.6%, 아시아 지역 평균 20.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프랑스는(37.8%), 독일(35.1%), 미국(28.6%) 등이다. 성평등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의 경우 아일랜드(47.6%), 스웨덴(46.4%), 노르웨이(46.2%) 등으로 한국의 두배를 넘었다.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보다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성적표가 좋다는 것은 통계에서 드러난다. 경실련은 지난달 17일  21대 의원을 대상으로 불성실 의정활동 및 기타 도덕성을 평가한 명단을 발표했다.

평가 기준은 △대표 발의 저조 △본회의 결석률 상위 △상임위 결석률 상위 △사회적 물의 △의정활동 기간 부동산 과다 매입 △성실 의정활동 의심 및 투기성 상장 주식 과다 보유 △반개혁 입법 활동 등이다. 해당 기준에 1건 이상 부합하더라도 문제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공천배제'로, 문제 소지가 크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면 '검증촉구'에 분류했다.

공천배제에 해당하는 34명 중 여성 의원은 2명으로 5.8%에 불과했다. 검증촉구에 해당하는 72명 중에서도 여성 의원은 11명으로 15.2%였다. 이는 21대 의원 298명 중 여성 의원(57명)이 차지하는 비율인 19.1%보다 낮다. 

또한 가족과 직장 내 성평등이 진전될수록 출산율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교육 수준, 1인당 국민소득, 성평등 수준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 따라 출산율에 다른 영향을 미쳤다.

출산율은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라 산업화 단계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하락하다가, 일정한 전환점을 넘어 후기산업화 단계에 진입하면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24 총선 여성주권자행동 '어퍼'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차별과 폭력, 불평등에 맞서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할 정치를 만들 것'을 선언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의 여성 공천 할당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으나, 형식적인 선언에 그쳤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 30%를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는데 1년 뒤 총선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제도는 퇴행했다. 정치자금법 제26조에 명시한 여성추천보조금은 정당이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30% 이상 공천할 경우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4월 이 조항은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이 10%만 넘어도 모든 정당이 차등적으로 여성추천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됐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 공천 신청자가 받는 혜택은 일부 있다. 국민의힘은 만 34세 이하 청년에 최대 20%, 만 35~44세 청년에 최대 15%, 만 45~59세 여성에 최대 10%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민주당은 여성과 청년, 장애인에 25%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여성 가산점이 '생색내기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가산점은 기존의 권력을 잡고 있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보여주기 용으로 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한국 정치는 돈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공식적인 비용을 되게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 돈을 모을 수도 없는 신인은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직에 있는 정치인들, 특히나 국회의원들한테 유리하게 제도화되어 있는 것과 비공식적 돈이 들어가는 금권 정치도 이제 바꿔야 된다"며 "정당이 여성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되고 그렇게 하라고 사실 국민이 세금을 줘서 운영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