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神] ⑤ 김진웅 편 : ‘1억 종잣돈으로 66억’···복리 마법이면 가능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복리의 힘 자가 동력 연 20% 수익 달성 분산 투자→수익 실현→자금 재분배 순환 ‘월 500만원 연금 수급’···“투자 끈기 원천”

2024-02-06     최주연 기자

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에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에게 투자 손실의 고통을 견뎌낼 지구력의 원천은 30년 동안 잘 설계한 연금이다. /최주연 기자

투자는 인내를 수반한다. 손실 고통을 잘 견뎌낸 투자자는 수익 실현으로 보상받는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에게 이 지구력의 원천은 30년 동안 잘 설계한 연금이다. 다 잃더라도 은퇴 후 월 500만원 연금을 수급할 수 있게 설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분산 투자·복리 마법’으로 연 20% 수익을 내는 그는 ‘이게 다 연금 덕’이라고 말한다.

계리사 자격을 취득하고 보험사에서 8년, 증권사에서 20여 년을 보낸 김 소장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실버 아이돌이라는 별칭으로 강의할 만큼 국내 금융맨 중 연금을 가장 잘 아는 인사 중 하나다. 현재 연구소에선 100세 시대 트렌드를 읽고 가구 자산관리 문제점을 파악하며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시드머니(종잣돈)가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200만원씩 다섯 군데 나누되 시기도 분산해서 세 번, 네 번 나눠 매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익 실현 확률이 올라갈 수 있어요. 저는 1억으로 시작했고 현재 자산 수익률을 환산해 보면 연 20% 나옵니다.”

김 소장 추산에 따르면 1억원을 연 15%로 30년 동안 굴리면 66억원이 된다. 이는 분산 투자→수익 실현→자금 재분배→다시 분산 투자하는 반복적인 프로세스에서 나온다.

“가령 총자산 1억을 투자해 2000만원씩 다섯 종목에 넣었다고 칩시다. 여기서 종목 A가 5000만원, 1억까지 얼마든지 오를 수 있어요. 투자 시장이니까요. 이익 실현 후엔 선택해야 해요. A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계속 들고 가고. 동시에 B와 C 종목이 문제가 있어 보이면 정리를 합니다. B와 C는 손해가 났지만 A는 튀어 올랐죠? 이렇게 종목 간에 치고받다 보면 특정 종목에선 이익 분량이 줄어들겠지만 애초에 제 자산은 손해가 아닙니다.”

김 소장 추산에 따르면 1억원을 연 15%로 30년 동안 굴리면 66억원이 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자금이 증가한 이때부터 폭발적인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포트폴리오를 재분배합니다. 종목마다 금액이 커졌기 때문에 수익도 그만큼 커지는 거죠. 투자의 복리 효과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또 잘못된 판단을 안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경제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자산’은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갑니다.”

김 소장의 종잣돈 1억원은 인출해 쓴 지 오래다. 초기 시드머니를 굴려서 번 돈들이 돈을 벌고 있는 형국이다. 김 소장은 이 자금을 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산, ‘경제적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산’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돈이라는 말이다.

“투자할 때 한 방에 들어가서 팔자를 고치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택 중도 자금이나 자녀 결혼 자금, 대학 자금은 무조건 안정적인 곳에 두고 관리해야 해요. 금리가 3%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은행에 예금해야 하고 큰 수익은 포기해야 하겠죠. 수익성을 많이 불리고 싶은 자금은 시간에 제약을 두지 말고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돈, 생활이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돈이라는 겁니다.”

투자 복리 효과 수호하는 연금 시스템
“나머지 자산 편안하게 관리할 수 있어”

금융 투자의 원칙은 분산 투자와 장기 투자가 기본이다. 하지만 이 기본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주식으로 돈을 잃는 투자자들이 많다. 기본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연금이다.

“연금은 자산 관리에 있어서 시너지 효과가 나게 하는 뒷배 같은 역할을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제게 연금은 구세주와 같았어요. 당시에 투자하고 있던 자산이 마이너스 60%까지 간 적이 있었어요. 투입 원금이 한 2억 정도였는데 한 1억2000만원이 마이너스가 났던 것 같아요. 당시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심적으로 압박이 컸고 원금 모두 날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 제가 마음을 다시 한번 고쳐먹게 된 계기가 보험사에서 근무할 때부터 계속 들어놓았던 연금이었죠. 계산을 해보니까 중산층 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겠는 거예요. ‘그래 연금 믿고 한 번 버텨보자’ 하면서 기다렸죠. 2억 날리면 앞으로 주식 투자 안 하겠다고 다짐하고요. 대신에 단가 낮추려고 ‘물타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의 원금 손실은 안 됐고 더욱이 마지노선이라고 정해놨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버텨서 2년 후에 20% 수익 실현하고 매도했습니다. 연금이 불경기 장기 투자를 위한 일종의 구호 튜브가 된 셈이죠.”

2007년에 시작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 주가를 요동치게 했다. 사진은 2007년 8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한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연금 외에도 수익형 부동산을 통한 임대료, 배당주와 채권 이자 소득도 노후 고정 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 소장이 보기에 가장 효율적인 고정 소득은 연금이다.

“연금을 무조건 월 500만원씩 나올 수 있게 만들어놨어요. 나머지 재산은 편안하게 관리할 수 있게 돼요. 임대 수익은 부동산을 잘못 골랐을 때 돈이 묶이기도 하고 세입자에 따라 월세가 제때 안 나올 수 있는 리스크도 있고요. 그보단 ETF 배당주가 낫겠네요. 채권의 경우도 매매 시 자본차익이 비과세라 효율적이고요. 부동산보단 자금 관리 유연성이 있는 금융투자 상품이 낫고 그보다도 좋은 건 연금입니다. 노후 자금은 예측 불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이같이 든든한 연금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금융 투자로 과외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김 소장의 자산운용 비결이다. 구호 튜브를 몸에 두른 다음 다양한 리스크 해일을 맞이하고 감내할 때 충격은 크게 줄어든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선 연금을 제대로 많이 오래 쌓는 것이 첫 단추다.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막 만들어지던 시기에 한 번 이직으로 퇴직금을 받았거든요. 마땅히 넣어둘 데가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개인적인 이슈가 있어서 써버렸어요. 그마저도 사실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와서는 퇴직금을 아예 한 번도 건들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 회사 비슷한 또래보다 퇴직금 규모가 두 배 정도는 돼요. 건드리지 않고 수익으로 불어난 부분도 생긴 거죠.”

적립이 첫 단추라면 운용이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다. 김 소장은 투자를 경험하고 잘못된 습관을 보정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 이차 전지 주가 오를 때 투자 경험 많은 사람들은 본래 가치보다 너무 과하게 올랐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아깝지만 이번 기회 말고 다른 기회를 잡으려 하거든요. 그런데 투자 경험 짧으신 분들은 이번 기회 아니면 돈을 못 벌 것처럼 마음이 조급해지죠. 근데 사실은 다음에 또 마감 세일하거든요. 투자는 급하게 하면 안 돼요.”

최근 국내외 주가 등락과 관련해 젊은 투자자 유입이 거세지면서 김 소장은 한 가지 걱정이 있다. 투자가 쉽다는 생각이 장기적으론 깊은 손실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로 쉽게 돈을 벌면 ‘내가 뭐 하려고 이렇게 월급받고 일하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후에 코인이든 주식이든 조정받으면서 많이들 까먹었죠. 오히려 처음 투자할 때는 실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사실 금융투자 회사 안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소액을 투자했는데 성과가 좋았던 때도 있었죠. 다음엔 자신감이 붙어서 처음보다 10배 되는 규모로 투자했는데 완전히 망가졌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한 가지 배웠고, 이처럼 내가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깨닫고 배우고 투자하고 이런 식으로 투자도 지속해서 보정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은퇴 자산 10억 모으기 목표 설정 유효
연금 지반 공사→금융 투자 수익 올리기

김 소장은 은퇴 설계를 복잡하게 하지 말라 한다. 허황돼 보일 수도 있는 ‘은퇴 자산 10억 모으기 프로젝트’가 실제 유효하다.

“은퇴 후에 월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연으로 치면 3600만원이잖아요. 여유 잡고 4000만원 정도 잡죠? 그럼 그때부터 ‘나는 은퇴 자산을 10억 모을 거야’ 이렇게 목표를 정하면 되는 거죠. 이를테면 30년 동안 10억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잡으면, 국민연금으로 2억 정도 준비하고 나머지 8억은 더 모으겠다고 정해놓곤 생활 수준이 조금 올라가면 월 고정소득 수준을 500만원으로 올리면서 목표를 또 보정할 수 있겠죠. 연금만으로 은퇴 생활에 충분한 자산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관리하시면 퇴직연금 지키기도 가능하실 거라고 봅니다.”

김 소장은 연금 가입 시기는 ‘바로 지금’이 가장 좋다고 했다. 40대라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꾸준히 불입하라는 거다.

김 소장은 연금 가입 시기는 ‘바로 지금’이 가장 좋다고 했다. 40대라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꾸준히 불입하라는 거다. /최주연 기자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더불어 개인연금도 무조건 같이 들어가야 합니다. 개인연금 상품은 금융기관에서 대부분 취급하고 연금저축 펀드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40대도 50대도 바로 지금이 퇴직연금을 불입할 가장 적기입니다. 세액 공제 최대 받는 금액인 900만원 계속 적립을 해도 원금은 아무리 못해도 1억에서 1억5000만원 적립할 수가 있습니다. 수익률까지 좀 보태면 얼마든지 2억에서 3억정도의 연금 자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노후 준비는 늦은 시점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빨리 시작하시는 게 가장 좋은 노후 재원 마련의 처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