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지역의사제 여야 의견 일치···의료계 반발 넘을까

尹 의료 정책 패키지와 큰 차이 없어 공공의대 신설법도 김형동안과 일치 법사위 오른 두 법안 與 반대 명분↓

2024-02-02     이상헌 기자
지난 1일 공공의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의대 정원 확대 목표를 큰 힘 안 들이고 달성하게 됐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공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가 4·10 총선을 앞두고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 공공∙필수∙지역의료 태스크포스(TF)가 의대 정원 증원을 골자로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정책 패키지 발표에 맞춰 공공의대 및 지역의사제 도입 관련 법안을 제21대 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9·4 의정 합의에 따라 단 한 번도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던 지역의사제법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공공의대 신설 법안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이 단장으로 있는 태스크포스는 수차례 회의를 거쳐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노총 산하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과 함께 관련법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전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민생 토론회에서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면서 의대 정원 증원 의지를 밝히면서 국민의힘으로서도 입법을 미룰 명분이 없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 안은 지역의사 양성을 위해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게 장학금 지급을 비롯해 체계적인 교육 및 연구를 지원하고, 면허 취득 후에는 특정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등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 조문에서 10년이란 의무 복무 기간을 명문화한 것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의 지역 필수의사제도 큰 차이가 없다. 예컨대 윤 정부의 '지역의료 리더 육성제'는 대학-지자체-학생이 3자 계약을 맺고 장학금·수련비용 지원, 교수 채용 할당, 정주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에 근무하는 방식인데 이 역시 계약에 따른 의무가 수반된다.

아울러 정부안은 비수도권 의대의 정원 40%를 지역 출신 학생으로 뽑게 의무화한 지역인재 전형도 내년도 입시부터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민주당의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비율의 의학·치의학·한의학과 신입생을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도록 한 것과 유사하다.
 

지난 7월 17일 이개호·서삼석·신정훈·김원이·김회재·서도용·소병철·윤재갑 민주당 의원과 김형동·김영선·강기윤·윤한홍·이달곤·최형두·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주최한 지역의대 확충을 주제로 하는 국회 포럼이 열리고 있다. /지역 공공의료 인력 확충 및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국회 포럼

한동훈의 비서실장 김형동의 공공의대법
민주당과 일치···문재인 케어 연상시킨 尹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 패키지엔 담기지 않았지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도 지역의사제법과 함께 21대 회기 내 처리한다는 것이 민주당 방침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인 김형동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민주당 안과 내용적으로 일치해 4·10 총선 이전 본회의 가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 역시 다섯 개의 지역의대 신설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다만 여야가 관련 법을 밀어붙이더라도 의사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의사와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속내를 비치며 의대 증원 발표 강행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합의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의협은 전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리적인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의사회도 이날 "윤 대통령의 행보는 '문재인 케어'와 유사하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료 정책이 처참하게 실패한 것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정작 의료계와는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