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의 요양세상] ① 전국 ‘실버타운’ 입주보증금과 월 생활비 비교 분석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분양형·월세형·저가형·중가형·고가형 저가형은 서비스 나쁘다는 생각 편견

2024-02-01     이한세 스파이어 리서치 & 컨설팅 대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장기 요양 등급을 받은 어르신도 100만명이 넘는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건강이 좋지 않게 되고 혼자서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날이 온다. 나와 우리 부모님들도 예외가 없다.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실버타운, 요양원, 요양병원들이 거론되지만 실제로 갈만한 곳일까? 실버타운의 입주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지,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의 폭언, 요양원에선 치매 어르신을 침대에 묶어 놓는 등 흉흉한 기사를 접하면 걱정이 앞선다.

좋은 시설을 선택하고 싶지만 실버타운은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요양병원은 1400개, 요양원은 5800개가 넘어 어디가 좋은지 쉽게 알 수가 없다. 본지에서는 특집으로 지난 일 년간 실버타운, 요양병원, 요양원을 조사한 스파이어 리서치 이한세 박사(숙대 초빙교수 겸임)의 분석과 조언을 다음과 같이 4편에 걸쳐 실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한다.

① 전국 ‘실버타운’ 입주보증금과 월 생활비 비교 분석
② 좋은 ‘요양병원’ 찾는 노하우
③ 좋은 ‘요양원’ 찾는 노하우
④ 나에게 맞는 실버타운, 요양병원, 요양원 최종 선택지 체크 포인트

일본 도쿄 산책로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요즘 유튜브를 보면 실버타운 소개 영상이 많이 올라온다. 액티브 시니어·역이민 교포 등 키워드도 자주 보인다. 경제력이 좋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실버타운은 공실이 없을 정도다. 인기 있는 실버타운은 입주하기 위해 대기를 몇 년씩 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건설 시행사와 대기업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규모 실버타운을 완공했거나 분양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실버타운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실버타운 홈페이지 내용을 발췌하거나 퍼 나르기 한 자료가 많아서 단편적이다. 실버타운 유튜브 영상도 시청할 때는 이해가 가면서도 막상 여러 편을 보면 정보가 혼재되어 각 실버타운에 대한 명료한 차이점을 알기 어렵다. 저자는 전국에 있는 실버타운을 가격대와 형태별로 구분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실버타운의 입주보증금과 월 생활비

아래 표는 2024년 1월 현재 전국의 실버타운 입주보증금(전세금)과 월 생활비를 조사한 것이다. 전국의 실버타운은 금액과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분양형·월세형·저가형·중가형·고가형이다.

전국실버타운 입주보증금(전세금)과 월 생활비 (단위: 만 원, 1인 기준). /각 실버타운 홈페이지 및 방문상담. 무단복사 및 배포를 금하며 도표 사용시 ‘여성경제신문 이한세 컬럼’ 출처를 밝혀야 함.

1. 분양형

100% 분양을 목적으로 설계된 실버타운이다. 주로 2015년 이전에 설립되었거나 그 이전에 분양형 실버타운 허가를 받고 2015년 이후 완공된 것들이다. 분양형 실버타운은 처음부터 어르신 복지 위주의 실버타운을 운영할 목적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용주택으로는 허가가 나지 않는 토지에 그 대안으로 노인 주거복지시설인 노인복지주택을 건설하여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로 분양한 방식이 대부분이다. 

노인복지주택은 60세 이상만 소유 및 거주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행사는 분양 가격을 인근 아파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한다. 아파트와 달리 실버타운은 노인복지주택 운영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내부 식당을 운영하려고 하자 의무식 비용이 발생하고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많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자 아파트인 줄 알고 입주했던 일부 입주자의 반대에 부딪혀 내부 식당을 오픈하지 못하고 기타 실버타운에 있는 인적서비스도 운영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겨났다. 

광교두산위브, 광교아르데코, 수지산광교아이파크가 여기에 해당하며 태생은 노인복지주택이지만 일반 아파트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모양새가 되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이 세 곳은 실버타운이라기보다 아파트에 가깝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장점은 분양가나 시세가 다소 저렴하다. 단점은 법적으로 60세 이상만 소유 및 거주할 수 있다. 복지나 케어 중심의 실버타운을 염두에 둔 고령자에게는 적합한 선택지가 아니다. 60세 이상 엑티브 시니어 중에 가격이 저렴한 곳에 거주하고 싶다면 매매나 전월세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입주민과 타협점을 찾아 입주민 전용 식당과 인적서비스를 갖추었지만, 관리비를 낮춘 곳이 스프링카운티자이와 불루밍더클래식이다. 두 곳 모두 의무식이 30식 정도 되며 전형적인 실버타운과 일반아파트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이웃과 교류하면서 지내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서울시니어스고창타워는 100% 분양을 목적으로 건설되지는 않았지만 운영형태는 스프링카운티자이와 비슷하다. 고창웰파크시티 안에 있다는 장점으로 자연과 벗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적합하다. 

광교 두산위브 조감도 /두산중공업

2. 월세형

월세형은 가장 최근에 선보인 형태다. 2024년 1월 오픈하여 2월 첫 입주를 받는 KB골든라이프케어평창카운티가 월세형이다. 1998년 오픈한 서울시니어스서울타워도 2024년 초 신규 입주자는 입주보증금형에서 월세형으로 바꾸었다. 두 곳 모두 입주보증금을 최소화 한 대신 월세 개념을 도입해 월 관리비가 비싸다.

이 두 곳은 전형적인 케어형 실버타운으로 다른 실버타운에 비해 입주민 연령 상한선에 유연하여 85세 이상 고령자도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면 입주 상담을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고령자 중 몇억씩 하는 입주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문이 열려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 /KB골든라이프케어

3. 저가형

저가형 실버타운은 90식 식사비용을 포함하여 월 생활비가 150만원이 넘지 않는 곳이다. 혼자서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90식 준비를 해도 월 150만원을 쉽게 넘는 것을 고려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이렇게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위치와 실버타운 운영 주체를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7개의 저가형 실버타운 모두 비수도권에 있으며 운영 주체가 종교단체 혹은 공공기관이다.

월명성모의집, 미리내실버타운은 천주교에서, 공주원로원은 기독교에서,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은 대순진리교 산하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이언스빌리지는 공공기관인 과학기술인공제회에서 운영하며 일붕실버랜드와 수동시니어스타워는 종교단체와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시설이 다소 오래된 면이 있다. 

종교단체와 공공기관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입주민 복지에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곳은 단순히 저가여서 시설이나 서비스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가성비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고, 운영자의 마인드 또한 훌륭하다.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으면서 저렴한 가격에 꼭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아도 되는 시니어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실버타운 '월명 성모의 집'은 김천 영암산 아래 위치하고 있다. /월명성모의집

4. 중가형

12개의 중가형 중 흰돌실버타운(다소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저가형에 가까움)을 제외한 11개 실버타운은 모든 것을 갖춘 전형적인 실버타운들이다. 이 실버타운의 월 생활비는 150만~250만원으로 그리 저렴하지는 않지만 다인실 요양병원 1인 월 비용이 의료보험 보조를 받아도 월 150만원을 쉽게 넘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것은 아니다. 

송도병원에서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스타워 4곳(강서, 강남, 분당, 가양)이 여기에 속하며 한국 최초의 실버타운인 유당마을을 포함해 역사 깊은 실버타운들이 대부분 이 그룹에 속한다. 11곳 모두 시설과 서비스가 훌륭하며 병원이 지척에 있거나 (마리스텔라, 강서타워) 요양원·주야간보호센터를 갖추는 등 (노블레스타워, 유당마을, 더시그넘하우스강남, 가양타워, 강남타워)의 특징이 있다.

오랜 경험과 진정성을 갖춘 실버타운들로 편리한 시설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으로 병원이 지척에 있어야 하거나, 향후 부부 중 한 분의 건강이 좋지 않게 될 우려가 있는 시니어들이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중가형 실버타운은 공실이 없어 장기간 기다려야 하거나 80세 이상 고령층의 입소에 제한을 두고 있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입주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니어스타워 분당 /서울시니어스타워

5. 고가형

고가형 실버타운은 월 생활비가 268만~547만원으로 비쌀 뿐만 아니라 입주 보증금도 4억~9억원대로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고가인 것 이외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대기업이 기획하거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대기업은 경영 논리로 고비용 고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삼성노블카운티와 VL 르웨스트·라우어는 삼성과 롯데가, 백운호수프르지오는 대형 시행사가 기획하고 있으며, 더클래식500은 건국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삼성노블카운티와 더클래식500은 최고가에 걸맞은 시설과 서비스로 정평이 높다. 그러나 VL르웨스트·라우어와 백운호수프르지오는 아직 완공되지 않아 검증이 필요하다. 이곳의 분양 당시 내용을 분석해 보면 입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식당 등의 세대별 공용면적이 중가형 실버타운과 비교해 보아도 좁아서 어떻게 톱클라스 실버타운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고 80세 미만이라면 더클래식500과 삼성노블카운티를 안 갈 이유가 없다. VL 르웨스트·라우어나 백운호수푸르지오는 아직 오픈 전이어서 무엇이라고 평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차피 임대형이어서 거주하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계약기간 중간에 퇴소 혹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입주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 큰 위험부담은 없다. 

삼성노블카운티 /삼성노블카운티

내게 적합한 실버타운은?

실버타운을 위와 같이 다섯 개의 형태로 구분한 후 관심 있는 실버타운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면 자연스럽게 그 실버타운의 특징과 속성을 알 수 있다. 100% 분양형이라면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적합하며, 월세형은 당장 목돈이 없는 후기 고령자에게, 저가형은 경제력이 낮으며 지방에 거주해도 되는 사람들에게, 중가형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80세 미만의 시니어에게, 고가형은 경제력이 높고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시니어에게 적합하지만 아직 오픈전인 실버타운은 검증이 필요하다.   

이한세 박사

스파이어 리서치 대표
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초고령미래연구원 경제‧일자리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