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옷값 비싸 초년생 운다···'중고' 사고 '가족 옷' 빌려입기도

취업 시 세미 정장 필수로 요구 사기엔 '비싸' 안 입기에는 '눈치' 중고장터, 최저가 찾는 청년층

2024-01-28     김다빈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3학년
홍지원 씨의 옷장 /홍지원

옷값이 상승하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취업 전후 젊은이들의 지갑 사정이 곤란해졌다. 이들은 첫 출근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정장을 사려다 비싼 옷값에 당황한다. 저렴한 옷으로도 충분히 개성을 뽐낼 수 있던 새내기 시절과 다르게, 이 시기의 젊은이들은 개성보다는 괜찮은 품질의 정장과 같은 단정한 옷차림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제 겨우 첫 월급을 받은 젊은이들에게는 나날이 오르는 옷값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정장 마련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공인경 씨(22)는 2023년 하반기에 공공기관 인턴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에 두루 참석하며 상사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공씨는 옷차림으로 예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나 그녀의 옷장에는 대학생 때 즐겨 입던 캐주얼 스타일의 옷들만 즐비했다. 결국 공씨는 아울렛에서 출근을 위한 옷 몇 벌을 장만하는 데 약 50만 원의 지출을 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에게 부담스러운 지출이었다.

인턴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홍지원 씨(22)도 회사에서 입을 옷을 마련했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회색 정장 한 벌을 클릭해 봤지만 생각보다 비싼 옷값에 한숨이 나왔다.

홍씨의 옷장에는 병아리색 가방, 레이스가 달린 진달래 빛 카디건, 진노랑 패딩이, 다른 한편에는 짙은 갈색빛 자켓, 까만 슬랙스, 회색 가죽가방이 놓여있다. 그녀가 대학교 1, 2학년 시절 즐겨 입던 화려한 색감에 패턴이 있는 옷과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구매한 무채색 옷이 옷장에 함께 걸려있다.

홍씨는 4개월간 근무하기로 계약했는데 이를 위해 취향에 맞지 않는 옷을 비싸게 사는 것이 아깝다고 느껴졌다. 따라서 홍씨는 최소한의 옷만 구매했다. 홍 씨는 "인턴이 끝나면 입지 않을 정장 바지와 셔츠를 몇 벌만 사서 최대한 돌려 입고 추가로 옷이 필요하면 어머니의 옷을 빌려 입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취업 전후 젊은이들은 피할 수 없는 의류 소비에 새 옷이 아닌 중고 의류를 찾기도 한다. 졸업을 앞둔 사범대학생인 김소윤 씨(22)는 2023년 5월 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교사보다 더욱 엄격한 옷차림을 요구받는 교생실습생이었기에 평소 입던 옷 스타일이 아닌 세미 정장 느낌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비싼 옷 가격에 ‘도대체 옷을 어디에서 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아웃렛뿐 아니라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의 중고 거래 사이트까지 찾아봤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정장 거래글 /김다빈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한 번도 안 입은 옷이나 한두 번 입은 상태 좋은 옷들을 정가보다 싸게 파는 경우가 많았다. 김씨는 “중고 거래 사이트를 자주 둘러보면 괜찮은 옷을 건질 수 있다”며 “요즘 옷값이 너무 비싸서 교생실습의 경우처럼 꼭 필요할 때 아니면 옷을 사지 않는다. 한 달에 세 번 살 거 한 번으로 줄이거나 아예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모 씨(21) 또한 빈티지 의류 가게에서 옷을 구매한다. 새 옷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의 옷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간혹 좋은 브랜드의 옷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구한다. ‘보물찾기’하는 심정으로 매장을 둘러보곤 한다”라고 말했다.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아 필요한 옷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이주원 씨(22)는 괜찮은 품질의 옷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싼 돈을 주고 옷을 구매했을 때 가격에 비해 질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번거롭더라도 직접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는 "물가 상승과 더불어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패션 유통 플랫폼이 커지면서 옷의 품질은 그대로인데 옷값만 계속 오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입시학원에서 근무하는 천하은 씨(22)는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더라도 바로 구매하지 않는다. 그는 인터넷에서 최대한 그 옷과 비슷한 디자인을 찾고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것을 찾은 다음에야 결제 버튼을 누른다. 천씨는 이런 방식으로 가을용 바지를 정가보다 7천 원 정도 저렴하게 구매했다.

평소에도 옷을 좋아해 자주 찾아본다는 그는 "비슷한 옷의 가격이 작년과 비교해 월등히 뛰었을 때 옷값 상승을 체감한다"라고 말했다. 천씨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옷값에 “최대한 오래 입을 수 있고 학교나 회사에서 모두 입을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옷을 사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취업 전 청년들은 면접에 드는 비용 부담을 덜고자 지자체에서 면접 복장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취업을 준비 중인 백모 씨(21)는 인천 테크노파크에서 지원하는 면접용 정장 대여 서비스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정장 대여 서비스를 사용하면 면접용 복장을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백 씨는 “사기엔 부담스러운 면접용 정장을 빌려주니 취업 전 경제적 부담을 훨씬 덜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