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화재 사망자 절반 '고령층'···'스프링클러' 미설치 90%대

LH도 41% 스프링클러 미설치

2024-01-23     김현우 기자
임대아파트 /연합뉴스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탓에 사망한 인원 중 절반은 60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시 소화를 위해 작동하는 스프링클러도 없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화재로 사망한 893명(연령 미상 제외) 중 504명(56.4%)이 60대 이상이다. 특히 영구임대아파트는 취약계층 거주 비율이 높아 화재 대피 등 대응이 어렵다. 

서울 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영구임대아파트 총 20개 단지 2만2672채 중 약 1%만 스프링클러가 갖춰져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시 열에 의해 파열되는 유리관 내에 알코올 등의 액체를 밀봉해 감열부로 사용하며 화재가 발생하면 이것이 터지면서 파이프 속의 물이 분사되게 하는 소화 방식이다.

최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17개 단지 2만2370채(98.7%)는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조항이 의무화된 1992년 7월 이전에 착공돼 스프링클러가 없다. 임대료가 월 5만원대로 저렴해 고령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지만, 화재에 취약한 상황이다. 

SH뿐만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LH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총 674건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16명, 부상자 135명에 물적 피해 규모는 98억1288만원에 달했다. 2019년 111건이었던 임대아파트 화재는 지난해 193건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도 8월까지 122건을 기록했다.

LH 임대아파트 1151개 단지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680곳이었다. 약 41%에 해당하는 471곳은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로 집계됐다. 2004년까지는 16층 이상 아파트만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었고, 2005년부터는 11층 이상, 2018년 이후는 6층 이상 아파트의 모든 층에 설치해야 한다.

김 의원은 "어려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임대아파트에 화재 발생 시 초기대응에 필요한 기본 안전시설이 부재하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최소한 장치인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화재 사고 차단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