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神] ② 김병준 편 : 284배 뛴 삼성전자, 부동산 말고 주식에 묻어라

김병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인터뷰 현금 없는 韓 노인 부동산 애착이 원인 30년 수익률 주식이 부동산보다 더 커 시가총액 높은 ETF·인덱스펀드 선택해야

2024-01-25     최주연 기자

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김병준 강남대 교수는 노년기 한국인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사는 이유를 부동산 애착에서 찾는다. 노인들이 정작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가 대단치 않은, 이제는 70대 이상 노인이 20대 인구를 추월한 현대는 재산 대부분이 건물에 묶여있어선 안 된다. 노인의 호주머니에서 계좌에서 현금이 움직여야 한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확보돼야 한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유동화가 쉬운 주식에 투자하고 부동산 집착을 버리라 한다. 따지고 보면 부동산은 주식보다 큰 수익률을 내지도 못했다.

100세 시대가 대단치 않은, 이제는 70대 이상 노인이 20대 인구를 추월한 현대는 재산 대부분이 건물에 묶여있어선 안 된다. 노인의 호주머니에서 계좌에서 현금이 움직여야 한다. 김병준 강남대 교수(사진)는 유동화가 쉬운 주식에 투자하고 부동산 집착을 버리라 한다. /최주연 기자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볼까요? 1992년 삼전 주가가 지금 돈 기준으로 250원대입니다. 2023년 말 기준 7만1000원이고요. 그때부터 284배가 뛴 셈입니다.”

여의도 증권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교수는 노후 자산운용 수단으로 주식 투자에 확신이 있다. 그는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에서 노후 생활 대비를 위한 재무 설계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33평짜리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1992년 기준 2억5000만원이었습니다. 지금이 40억원이라 하면 16배 올랐고 결국 삼성전자 주가보다 수익률은 높지 않습니다.”

김 교수 추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0년간 연 평균 수익률은 20.7%가 된다. 반면 이 기간 압구정 아파트의 연 평균 수익률은 17.7%로 삼전 주가에 못 미친다. /증권통 앱 캡처

김 교수 추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0년간 연 평균 수익률은 20.7%가 된다. 반면 이 기간 압구정 아파트의 연 평균 수익률은 9.6%로 삼전 주가에 못 미친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주식과 부동산, 채권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하면 주식이 가장 높습니다. 그다음 채권이고 최하위 순위가 부동산입니다.”

김 교수는 세 개 투자 항목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했다. 주식은 종합주가지수, 부동산은 현 KB국민은행과 과거 주택은행의 주택 가격 지수, 채권은 김 교수가 직접 데이터를 취합해 계산했다.

“이 계산에서 약간의 변수는 있어요. 전국 부동산 값의 평균을 냈으니까요. 하지만 강남 3구 지역만 통계를 내더라도 채권보다 약간 높은 수준입니다.”

김 교수는 세 개 투자 항목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했다. 주식은 종합주가지수, 부동산은 현 KB국민은행과 과거 주택은행의 주택 가격 지수, 채권은 김 교수가 직접 데이터를 취합해 계산했다. 자료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채권, 주식, 부동산 가격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김병준 교수

이러한 통계는 노후 자산을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하지 말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한국인 대부분은 60% 이상 재산을 부동산에 묶어둔다. 현금성 자산과 투자 자산은 부동산 자산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와 비교하면 꼴찌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의 노인 빈곤과도 연결됩니다. 노년층의 자산 구성을 보면 주식, 채권이 거의 없어요.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얘기는 빈곤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부동산은 현금화하기가 너무 어렵지 않습니까? 한국은 주택 없으면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강박관념이 너무 심해요. 또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도 강하고요. 미국이나 호주는 주택이 있으면 좋고 안 되면 월세 살겠다는 개념이에요. 그런데 월세라는 건 늙어서도 소득이 있어야지 살잖아요. 한국과 반대로 지속적인 소득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그래서 금융 투자가 활발하고 금융시장이 활성화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현금성 자산과 투자 자산은 부동산 자산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와 비교하면 꼴찌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최주연 기자

주식은 도박이나 투기 말고 투자해야
시가총액 높은 ETF형 10년 장기투자

‘주식하면 결국 다 잃는다’는 통념도 한몫한다. 안타깝게도 실제 그렇다. 대다수 사람이 주식에서 돈을 잃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투기 혹은 도박하듯이 단기 수익에 눈이 먼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에도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투자와 도박, 투기인데 셋은 사회 전체 후생 총량이 플러스냐 마이너스냐, 아니면 제로섬 게임이 되느냐의 차이입니다.”

쉽게 말해 투자는 자금을 넣은 모든 사람이 수익을 얻는 이기는 게임이다. 투기는 A가 먹으면 B가 잃는 제로섬 게임이다. 도박은 모두가 잃는 게임이다. 이 결과의 변수는 투자 기간이다. 대개 도박은 하루 단위, 투기는 1년, 투자는 최소 5년의 기간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투기 혹은 도박하듯이 단기 수익에 눈이 먼 투자를 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이 돈을 잃는다. 사진은 2012년 폐쇄 전 에콰도르 키토에서 운영 중이던 카지노 업장 내부 /EPA=연합뉴스

“도박을 왜 할까요? 하이 레버리지 때문이죠. 레버리지가 도박이 제일 크고요. 그다음 투기, 투자가 가장 작습니다. 연 수익률 10%면 투자라고 보통 얘기합니다. 도박은 1000원을 투자하더라도 몇 십 억원을 벌수도 있어요. 물론 확률은 거의 없죠. 레버리지가 무지하게 큰 거죠. 그 마력, 몇천만 분의 1의 확률이 혹시나 나한테 오지 않을까 해서 도박을 하는 거예요. 로또 복권 무지하게 많이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수학적으로 당첨 확률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차라리 카지노에서 일확천금 노리는 게 로또 복권보다는 확률이 높아요. 근데 그거 아세요? 라스베이거스 청소부 말이에요. 그 사람들 한때 도박장에서 날리던 사람들이에요. 도박을 계속하다 보면 패가망신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교수 중에도 프로그램 개발해서 주식 투자로 돈 벌었다고 하는데 1년 후엔 돈 벌었다는 소리 못합니다. 1년 기간 두고 3~4종목 샀다가 판다? 그 정도도 투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소 5년은 한 종목에 넣어야 투자고 장기로 가야 변동성을 이기고 고스란히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노후 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장기투자 외 꼭 지켜야 하는 조건이 하나 있다. 시가 총액이 높은 지수 추종형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ETF도 좋고 인덱스 펀드도 좋습니다. 지수 추종형 상품을 사서는 1년이 아니라 5년에서 10년을 묻어두는 겁니다. 한국 주식도 좋고 미국 주식도 좋아요. 단 시가총액이 높은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종목은 가격 상승 압력을 더 꾸준히 받을 수 있다. 시가총액은 종목에 대한 평가가 반영돼있다.

노후 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장기투자 외 꼭 지켜야 하는 조건이 하나 있다. 시가 총액이 높은 지수 추종형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사진)는 '투자는 바보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주연 기자

“투자는 바보같이 해야 돼요. 저는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너희들 지금부터 10만원씩 저축해서 ETF 사, 그리고 10년 후에 봐. 원금에 다섯 배 이상 안 되면 나 찾아와라’라고 말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핵심은 장기 투자입니다. 그러려면 주식 포트폴리오를 사서 묻어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개입하는 순간 도박 혹은 제로섬 게임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청소부를 꼭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