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비례적 이익 문구 NO"···상법개정 尹 독자 노선 추진
구상엽 법무실장 문구 삽입 반대 입장 확인 '소액주주 이익' 대통령 발언 보름 만에 정리
금융위원회의 입김에 휘둘려온 상법 개정이 윤석열 정부 '독자 노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연초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노선의 법 개정이 추진될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직접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9일 재계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언급한 '소액주주 이익'과 관련 해석이 분분했지만, 다행히 법무부가 나서 개념이 정리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윤 대통령 발언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란 문구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VIP의 뜻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보름 만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은 "주주 보호의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이런 규정(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이 생기더라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문구 포함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 방안을 두고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다. 우선 상법 392조의 2에 담긴 '사업기회 유용 금지' 조항에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도록 구체화하는 동시에 △이사의 자기거래 금지 △제삼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소액주주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온라인 전자주주총회 제도화, 이사의 사익 추구 행위를 차단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법무부가 반대 입장을 표시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것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개념 정립 뒤늦게나마 환영"
여권 일부 인사 반발 목소리 낼까?
이에 대해 재계에선 정부가 지금이라도 개념을 바로잡아줘 다행이란 반응이 나온다. KB금융 임원 출신 한 인사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업 법제에 전문성이 없는 금융위원회가 상법에 입김을 끼쳐오다 보니 대통령 발언이 와전된 측면이 있었다"며 "늦게나마 법무부가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과는 다른 방향의 상법 개정은 4·10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상법 회사편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공정거래법 △전자증권법 등으로 산재한 법률을 하나로 모은 회사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국회엔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 외에 '총주주'를 추가하는 박주민 의원 안과 함께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넣은 이용우 의원 안이 계류 중이다.
또 일부 여권 인사와의 의견 충돌도 예상된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법무부 장관 시절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담은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의) 방향에 공감한다"고 언급해 윤 대통령 한국거래소 연설의 뜻을 오해하는 단초가 됐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지난해 3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법원에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카카오 편에 서며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경제민주주의21> 명의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이 소액주주들과의 재판에서 이미 승소 판결을 받은 제일모직 합병을 불법이라고 주장해 온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도 칼럼을 통해 "(주주의 비례적 이익 포함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일 뿐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없다"면서 "반대자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총선용 거짓말로 폄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