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더봄] 치앙마이 부처 찾기, 태어난 요일을 아시나요?

[박재희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목요일의 아이는 여행을 떠나요 모두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인데 자신의 부처를 찾아 스승이 되죠

2024-01-18     박재희 작가

“재희야, 넌 무슨 요일에 태어났어?”

리지가 사원을 산책하는 중에 물었다. 리지처럼 영국인이었던 동료가 내게 오래전에 들려줬던 노래, 마더 구스의 요일 아이 노래를 기억해 내려 애쓰는데 리지가 웃으며 탑 앞에 일렬로 놓인 불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태국은 불교 국가답다. 수도인 방콕에서도 물론 그랬지만 치앙마이에서는 정말 한 블록을 지나기도 전에 사원이 나타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쉽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편의점만큼이나 자주 왓(사원)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치앙마이에서는 사원마다 들어가 보았다.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한가롭게 머물고 있으니 시간이 넉넉한 이유도 있지만 한 골목마다 하나씩 있는 사원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비교해 보며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프라싱왓처럼 관광지로 유명한 사원이 아니라면 영어 알파벳 하나 적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더라도 건축물의 모양이나 색깔 정도만 살피는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화나 조각상의 상징을 찾아내는 일이 빨라졌다. 

태국에는 요일에 따라 관장하는 부처가 다르다. /게티이미지뱅크

리지와 나는 오전에 공원으로 가서 요가하는 것만큼이나 숙소 주변 사원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치앙마이 사원에서 중심 파고다는 대체로 황금으로 장식하는 방식이 대세인 듯했다. 프라싱 왓 사원은 탑 전체가 황금으로 덮여 눈이 부셔 바라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우리가 자주 가는 판웨인 사원에는 금이 아니라 전체를 하얗게 덮은 탑이 경내 중심에 있다. 어딘가 신비하고 정결한 기운을 주는 파고다를 나도 리지도 좋아했다.

리지가 무슨 요일에 태어났냐고 물으며 손으로 가리킨 쪽에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한 불상들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다. 불상 아래 적힌 태국어를 읽지 못하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역시 치앙마이 밥을 오래 먹은 리지가 내게 그 불상들은 요일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설명해 주었다.

판웨인 사원의 중심 파고다 / 사진=박재희

“나는 일요일의 아이야. 이 부처님이 나의 수호 부처야.”

오른손으로 왼손을 덮고 허리 아래쪽으로 팔을 모으고 서 있는 부처상이다. 부처가 보리수 아래에서 새로운 진리를 깨닫고 난 후에 그 감동으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선 채로 일주일간 보리수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일요일에 태어난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고 현명해서 주위 사람의 사랑을 받는대. 태국 사람들은 태어난 요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어.”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 년 월 일 시로 운명을 점치는데 라오스나 태국은 태어난 요일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하니 신기하고 재밌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 노래 올드 팝 ‘수요일의 아이 Wednesday child’가 떠올랐고 마더 구스의 동요도 기억난다. 태어난 요일에 따라 성격이나 운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라오스나 태국은 동양이 아니라 영미 쪽 서양적인 풍속과도 닮아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리지, 요일별 불상인데 왜 부처가 여덟 분이시지? 요일이라면 일곱 개 불상이어야 맞잖아?”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했더니 수요일의 불상은 두 개라고 했다. 수요일만은 낮과 밤으로 구분되어 두 분 부처님이 담당하고 계신다고 한다. 왜 유독 수요일일까? 기독교에서도 수요일은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은가. 사순절의 시작이 부활주일 전 6번의 주일을 넘긴 수요일에 시작하고 흰 재를 뿌리면서 죄를 씻는 의식을 가지는 재의 수요일도 있으니 말이다. 

내친김에 나와 리지는 요일 부처의 형상과 의미, 그리고 요일별로 태어난 사람들 운명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았다. 

손가락을 펴서 밖으로 향하게 한 월요일의 부처는 싸움을 말리는 부처라고 한다. 서로 다투는 농민을 말리는 모습의 형상이라고 했다. 월요일에 태어난 사람들이 화합을 이끄는 재주가 있고 여행을 좋아한다나. 화요일의 부처는 누워 계신다. 가장 편안해 보이는 와불이다. 화요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편안한 모습의 와불과 다르게 가장 활동적이고 용감하다고 한다.

수요일 오전의 부처는 발우를 두 손으로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수요일 오전의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감성적이며 가장 창의적이라고 했다. 수요일 오후의 부처는 연꽃을 밟고 코끼리와 원숭이를 마주하고 앉은 부처상이다. 이때 태어난 사람들은 가장 근면하지만 냉정하고 정치가형이라고 했다. 

“목요일의 부처는 앉아계시네?”

내가 태어난 요일이니 관심이 갔다. 흔히 보던 연화대 위에 명상하는 모습의 부처다. 전통 영국 동요에서는 멀리 여행을 떠나는 운명이라고 노래하는데 얼마 전에 읽은 일본 소설 시게마스 기요시라는 작가의 <목요일의 아이>에서는 모두 살해당하는 아이들이었다고 하자 리지가 목요일의 사람들에 대한 부분을 읽어줬다. 

“목요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침착하며 진실하고 태어날 때부터 스승이 될 사람들이래.” 스승이라니 택도 없지만 노력해 볼 생각이다. 

라오스와 태국에서는 자신이 태어난 요일로 자신의 운명을 주관하는 부처를 찾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요일의 부처는 양손을 모으고 서서 깨닫지 못하는 중생에 대한 연민을 표하는 모습이다. 금요일의 사람들은 연예인 기질이 있어 사교적이며 재미있다고 하니 부처상과 대체 무슨 관계인지는 점점 이해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토요일의 부처는 특이했다. 7개의 머리를 가진 뱀이 결가부좌를 한 부처를 보호하는 모습이다. 뱀의 기운을 받는 토요일에 난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차분하다고 한다.

모든 요일의 불상이 품은 지혜와 축복 무엇 하나 더 나은 것이나 압도하는 좋은 것 나쁜 것은 없었다. 리지와 나는 친구, 가족의 생일과 요일을 맞춰 읽으면서 망고스티키라이스 디저트를 맛있게 하는 집으로 휘적휘적 걸었다. 

망고 과육에 찹쌀밥, 코코넛 밀크로 맛을 낸 디저트. 망고스티키라이스 / 사진=박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