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4세 시험대 다보스포럼···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리더십 눈길
IBC, 세계 경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총수 참여보단 재계 3·4세 비즈니스 시험대 지정학적 문제·기후 위기 등 깊이 있게 논의
재계 3·4세의 비즈니스 시험대로 떠오른 다보스포럼이 개막했다. 국내에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처음으로 최고위급 자문기구인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 활동을 시작하며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전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스위스에서 진행되는 이번 다보스포럼은 4대 그룹 총수들 참여보단 재계 3·4세의 비즈니스 시험대로 평가된다. 지난 4년 연속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온 신 부회장은 지난해엔 한국 기업인 최초로 다보스포럼 산하 '화학∙첨단소재 산업 협의체' 의장으로 취임했으며 이번엔 WEF 이사회와 IBC 집행위원회에 의해 IBC 정식 멤버로 선정됐다.
IBC는 여러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100여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세계 경제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들이 교류하는 모임이다. IBC에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아민 알 나시르 아람코 CEO,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그룹 회장 등이 활동 중이다.
신 회장 외에도 다양한 재계 인사들이 포럼을 찾을 예정이다. 그들은 세계 유력 인사들과 교류하며 사업 기회를 탐색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사주가(家) 3형제가 일제히 참석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도 참석 예정이다. 삼성전자 전경훈 삼성리서치장, 김걸 현대차그룹 기조실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포럼에 참석한 김걸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장은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를 만나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및 기아 조지아 공장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밖에도 버나드 멘사 뱅크오브어메리카(BoA) 사장과 오찬, 마이크로소프트 초청 패널 간담회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다보스포럼은 전 세계 정·재계, 학계의 유명 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인류 공통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번 포럼은 '신뢰의 재구축(Rebuilding Trust)'을 주제로 열린다. 전 세계 120개국에서 2800여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해 지정학적 문제와 기후 위기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동시다발적인 안보 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작년 10월 이후 2만5000명의 희생자를 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미국은 다국적군을 규합해 반군 근거지를 공습하는 등 무력 충돌의 파장이 확대된 상태다. 반중 노선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갈등 수준이 위험수위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보스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의 관심사가 안보에 우선 맞춰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기후변화도 핵심 의제다. 탄소 감축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각국이 구체적 감축 목표 설정을 주저하는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상이변은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다자주의 무역의 후퇴, 허위 정보 양산과 디지털 격차 등 부작용을 피하며 인공지능(AI)을 인류 번영의 도구로 활용할 방안 등도 리더들이 이번 포럼에서 머리를 맞댈 현안이다.
각국은 정상급 인사 60여명을 포럼에 보냈다. 한국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서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이 다보스를 찾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분쟁 당사국 정상도 직접 포럼에 나와 목소리를 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유엔 각 기구의 수장이 자리를 함께하고 국제통화기금(IMF)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국제기구의 대표급 인사도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행사에서도 작년처럼 미국과 중국 정상은 참석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토니 블링컨 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행사장을 찾아 특별연설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