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선거 3강→2강?···후보 등록 후 송영조 vs 조덕현
직선제로 1252표 참가해 결선 투표 전망 강호동 법원 패소 판결, 송영조 유리해져 PK 단일화와 경기·강원 민심이 주요 변수
'농민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시작부터 후보자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애초 3강 구도로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력 후보의 법률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불확실성이 짙어졌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5년 만에 직선제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엔 8명이 후보로 등록 완료해 합종연횡(合從連衡) 등 정치 공학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 운동은 12일부터 24일까지 후보자만 가능하며 오는 25일이 선거일이다.
지금까지는 대의원 292명이 회장을 뽑는 간선제로 진행했지만, 이번 선거부터는 농·축협 조합장들 및 품목조합연합회 회장 1111명이 직접 중앙회장을 뽑는다. 여기에 조합원이 3000명 이상인 농·축협엔 1표의 부가 의결권이 주어져 총 1252표가 행사된다.
8명 후보 간의 단일화를 위한 물밑 경쟁 상황을 종합하면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송영조 부산 금정농협 조합장 △조덕현 충남 동천안농협 조합장 간의 3파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후보 등록 마감 직후 강호동 후보의 대출 관련 비리가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이 강 후보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직무 정지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강 후보는 2014년 8월 7일부터 2018년 12월 27일 사이 특정인에게 동일인 대출 한도를 최대 48억1700만원 초과해 부당대출을 실행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농협 조합장에겐 대출 취급 시 △자금의 용도 △소요 금액 △소요 기간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적정 금액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 강 조합장 측은 "정관 변경을 통해 비상임 조합장으로 신분이 변경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의 3파전이 송영조·조덕현 양강 구도로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송 후보는 부산지역 6선 조합장으로서 7대 특·광역시를 대표하는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경제지주 이사를 겸직해 왔다. 직전 선거 1차 투표에서 3·4위를 모두 경남 출신(최덕규, 강호동)이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PK(부산·경남)를 대표하는 인물로 표몰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조덕현 조합장은 '다크호스'로 꼽히는 후보다. 충남 천안 계광중, 천안고 출신으로 충청 토박이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기, 강원지역 표심을 기대하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과거 선거에서 지역 간 단일화 경쟁이 치열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합종연횡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월 말 열린 1차 투표에서 이성희 후보 82표, 유남영 후보 69표, 강호동 후보 56표, 최덕규 후보 47표, 이주선 후보 21표, 문병완 후보 12표 등을 얻었고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이성희 후보가 제2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지난 선거에선 PK 출신이었던 강호동, 최덕규 두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가장 많은 113표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엔 경기와 강원을 연고로 둔 후보자가 없다. 이를 감안하면 PK 표심 단일화와 함께 어떤 후보가 경기·강원 민심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이 최근 만난 농협중앙위 한 고위 간부는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변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내놓고 하는 단일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며 "1차 투표에서 이기더라도 결선투표에서 1~2위가 바뀌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