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당하는 죽음보다 맞이하는 죽음···영화 '조 블랙의 사랑'
[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3) 어느 날 찾아온 저승사자가 며칠 동안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줬다 피할 수 없다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이번 회에 소개할 영화는 <조 블랙의 사랑 Meet Joe Black>이다.
잠자던 언론사 대기업 회장 빌 패리시(앤소니 홉킨스 분)는 갑자기 심장에 통증을 느끼며 잠이 깬다. 65번째 생일을 며칠 앞둔 밤이었다. 그는 사업에도 성공했고, 두 딸과 큰사위를 데리고 잘살고 있었다.
둘째 딸 수잔(클레어 폴라니 분)을 끔찍이 예뻐하는데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빌 패리시는 수잔에게 남편은 가슴으로 사랑할 만한 남자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를 이어받을 약혼자가 샤프하기는 한데 그런 면에서 미흡해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예고하는 천상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저승사자다. 한편, 수잔은 커피숍에서 만난 남자에게 첫눈에 깊이 빠지지만 그 남자는 그날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같은 날 저녁, 빌 패리시는 커피숍에서 죽은 남자의 육신을 빌린 저승사자를 만난다. 지상 구경을 하고 싶어진 저승사자는 빌 패리시와 의논한 끝에, 손님으로 며칠간 그의 집에 머무는 대신 저승으로 떠날 시간을 며칠 늦춰주기로 약속한다.
빌 패리시는 가족들에게 저승사자를 조 블랙(브래드 피트 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그의 지시대로 움직인다. 수잔은 조 블랙이 저승사자인 줄 모른 채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 놀란다.
조는 그 며칠 동안 수잔과 서서히 사랑에 빠져 잠자리까지 하게 되지만, 그동안 빌 패리시는 회사를 팔아넘기려는 둘째사위 후보의 음모를 뒤집고 회사를 정상화한다. 수잔의 약혼자를 퇴출했으니 약혼자와 수잔의 사이도 깨졌다.
모두 이루었다. 멋진 인생을 살았고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도 후회도 없다. 이제야 안도감도 생긴다. 저승사자까지 와 있으니 죽음에 대해서도 담담하다.
( 결말 스포일러 있음)
이제 빌 패리시는 저승사자와 함께 저승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는 65세 생일 파티 때 수잔과 마지막 댄스를 마친 후 화려한 불꽃놀이를 뒤로 조와 함께 어둠 속으로 담담히 걸어간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잘 정리하고 맞이하러 가는 죽음이다.
65세라는 나이는 시니어들에게 은퇴를 알리는 나이다. 은퇴란 인생 2막을 알리는 나이라고 하지만, 용도가 다 된 퇴물이라는 자조감도 생길 때다. 아침이면 출근하던 사람이 올 데 갈 데 없어져서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 못하면 건강도 하루아침에 나빠질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해 보게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도 생각해 보게 한다.
통계청의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살이다. 남녀 차이가 있는데, 남자가 80.5살, 여자가 86.5살로 남녀 간 6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어떤 보도에 의하면 건강수명은 73.1살로 10년 정도 짧다. 건강수명에서도 여자 74.7살, 남자 71.3살로 여자가 3.4년 더 길다.
삶에 애착이 있거나 욕심이 많은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죽기 싫다고 발버둥 친다고 한다. 필자의 어머니는 너무 일찍 돌아가시면서 자식들 결혼해서 아들딸 보는 재미를 못 보고 간다며 서러워하셨다. 그래도 70세는 넘긴 아버지도 임종을 앞두고 더 살고 싶다며 아쉬워하셨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리 죽음을 대비한 사람은 가족이 모인 가운데 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하직한다고 한다.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면 성공한 삶이다. 인생은 어차피 왔다 가는 것, 언제라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며 그때가 되면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