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퇴원하니 이낙연 탈당···민주당 분열 극복 셈법은
이낙연 "양당제 끝내고 다당제로" 민주 129명 의원 "명분 없다" 반발 文 대표 시절 '2선 후퇴'론 회자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가 퇴원한 이후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의원 3명이 나가면서 분열이 더 심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고 밝혔다.
이어 “제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원칙과 상식’(비명계)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뜻을 같이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협력해야 한다”고 열린 입장을 내놨다.
이는 2015년 말 문재인 대표 시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차린 사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안 의원은 문 전 대표에게 혁신안을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호남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사정을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문 전 대표 집에서 김정숙 여사가 목 놓아 울 정도로 심각했다"며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는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김종인 비대위 설립이 아니었으면 민주당은 100석을 장담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민주당에선 대부분이 이 전 대표의 이탈에 반발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129명은 이날 오전 공동 입장문을 통해 “탈당과 신당 창당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민주당은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엄중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권을 도와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앞서 비명계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모임인 ‘원칙과상식’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조기에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는 분열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온갖 사법 리스크에도 굴하지 않았고 지난달 말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 및 비명계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달 초 갑작스러운 피습 사건으로 분위기가 조용해졌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분열이 가시화됐다.
결국 이러한 친명 지도 체제의 한계점 때문에 총선에서 바람이 일어날 정권심판론을 오로지 제1야당 몫으로 끌어내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던 시도도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동력도 사라진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내홍을 해결할 방안으로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가 거론된다. 현 상황이 2015년 말과 비슷한 만큼 김종인 위원장급의 인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는 파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민주당을 여당보다 1석 많게 1당으로 올리는 성적표를 내서 추후에 대권주자로 재기할 수 있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당분간 공천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표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도 유력하고, 공천 탈락자의 반발이 어느 정도로 거셀지 체감하기 전에 선뜻 물러나면 실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친명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어제 이재명 대표가 퇴원한 만큼 지도부 중심으로 단합해 차질 없이 총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