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태영 사태, 한은 나설 이유 없다"···금리 인하는 '시기상조'

위험 확산 시 대응···가능성 작아 고금리 유지해 물가·대출 잡는다

2024-01-11     허아은 수습기자
1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이 주도하는 태영건설 구제책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정 기업 또는 산업만 대상으로 하는 시장 개입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또한 건설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위협을 가할 때는 여러 방법을 사용해 대응하겠으나 현재로서는 그럴 조짐이 매우 적다고 봤다.

11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부실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성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정책적 대응을 하는 기관인데 지금 상황이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금의 '태영 사태'가 밑에 깔린 부동산 PF나 건설업이 크게 부실해질 것의 시발점이냐 (묻는다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태영건설의 위기가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염려를 일축했다.

이 총재는 우량 회사채 등 여타 시장에는 태영 사태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태영건설의 위험 관리가 부족했던 점 역시 이 총재의 말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다른 건설사에 비할 때 부채 비율과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보증 액수가 차별화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11일 오전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은행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3.50%) 동결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에 이은 여덟 번째 금리 동결이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며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금리 조기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 위원 6명은 모두 3개월 이내에는 금리를 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발표 전 부동산 PF를 포함한 부실 대출 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소비자물가 안정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11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었다. 한국은행은 2%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것은 체감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평균적으로 0.7%포인트가량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로 떨어지더라도 국민이 느끼는 물가는 3%대에 달한다.

이 총재는 고금리 기조를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 부동산 가격 연착륙을 도와 가계부채 추가 발생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한편 논란이 된 신생아 특례대출에 관해서는 "제도 자체는 좋은 제도"라면서도 "소득 수준이 안 되는데 돈을 많이 빌려주는 것이 젊은 사람을 도와주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저금리 정책금융은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와 상반된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