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충격이 성장 판도 갈랐다···세계은행 “미중 둔화 지속, 일본은 상승”
세계 성장률 2.4% 작년 추정치 밑돌아 미국 1.6% 중국 4.5% 종전보다 하향
글로벌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올해와 내년까지도 주요국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강도 긴축 정책을 비롯해 지정학적 갈등과 교역 둔화가 원인이다. 미국과 중국은 둔화하는 반면 일본은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 시각) 세계은행이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4%다. 이는 작년 세계 경제 성장률 추정치인 2.6%보다 0.2%포인트 낮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에 대해 고금리가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2년 3월부터 주도한 고강도 긴축은 2024년 1월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에 주요국은 환율 및 자금 유출을 방어하기 위해 긴축 흐름에 동참했고 이는 경제 둔화를 가져왔다.
이 밖에 전 세계의 무역과 투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올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끝나지 않는 인플레이션, 예상보다 약한 중국의 성장, 무역 파편화, 기후변화와 관련한 재난 등도 지속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 위험에도 불구 회복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올해, 내년 대부분 국가의 경제가 10년 전보다 더 느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세계 경제가 30년 만에 가장 약한 5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과 신흥 경제 개도국에 대한 전망은 다소 차이가 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올해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추정치보다 0.3%포인트 낮아지긴 했지만(1.5%) 작년 6월 전망치(0%)와 비교해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경제 호조세가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이끌었다.
올해 미국 경제는 작년 추정치(2.5%)보다 둔화한 1.6% 성장률을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0.8%)보다 0.8%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연말 소비가 예상보다 탄탄했기 때문이다. 내년은 기존 전망치(2.3%)보다 하향 조정(1.6%)됐다.
일본의 올해 성장 전망치는 종전(0.7%)보다 0.2%포인트 높은 0.9%로 제시됐다. 내년 전망도 기존 전망치(0.6%)보다 상향 조정(0.8%)됐다. 이에 따라 내수 진작과 물가 상승에 초점을 둔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 피벗이 머지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의 금리 인상 마라톤에 단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다. 일본 기준금리는 –0.1%다.
EU 지역은 올해 전망치(0.7%)가 기존 전망치 대비 0.6%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2.3%)보다 더 하락해 1.7%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신흥경제와 개도국은 작년 추정치(4.0%)보다 0.1%포인트 낮은 3.9%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올해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작년 성장률 추정치(5.2%)보다 0.7%포인트나 낮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4.4%에서 4.3%로 하향 조정됐다.
WB는 “팬데믹을 제외한 30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미지근한 소비자 심리, 지속되는 부동산 침체 등으로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이 예상치를 1%포인트 밑돌 경우 전체 글로벌 성장이 0.2% 감소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다만 세계은행은 한국의 사례를 제시하며 신흥경제와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