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도 사전투표서 승패···음모론 늪 빠진 한동훈 비대위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사전투표 반대론자 서울·수도권 등 경합 지역 승패 좌우하는데 여당 지지층 이대로면 '역대급 보이콧' 예상
지난 2020년 미국 대선과 같은 해 한국의 4.15 총선 그리고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두 진영의 사전투표 참가율에 승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발탁한 홍영림 전 조선일보 기자가 현행 사전투표제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홍 원장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진원지인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주도한 사전투표 폐지론에 동조한 행적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국민의힘을 지지층의 사전투표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 실세인 한오섭 정무수석과 가까운 신지호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어벤저스전략회의 고정 패널이었던 홍영림 원장은 지난 12월 9일 방송에서 "유권자의 31.2%가 사전투표를 못 믿어 당일 투표를 선호한다"는 정교모 통계를 인용하며 현행 사전투표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여론조사로 밝혀진 사전투표의 치명적 문제'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방송에서 그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참가 유권자들 사이에 투표 등가성, 동일 시점에서의 민의 반영이라는 주권 행사의 단일성, 통일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면서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법 조항도 폐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여성경제신문은 앞서 [단독] 尹 임명 국가교육위원, 4·10 총선 사전투표 폐지 헌법소원 예고 (11월 7일)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진보 성향 유권자의 사전투표 참가 비율이 높은 것을 부정선거로 폄훼하며 사전투표 폐지를 위한 헌법 소원을 예고한 정교모 간부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의 주장을 보도한 바 있다. 김 전 총장은 "사전투표가 폐지되면, 부정선거도 할 수 없다"는 복거일·류근일·고성국·공병호·민경욱·김소연·이봉규 등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으나 본지 보도 이후 헌법소원은 불발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라진 투표 양상
사전투표=본투표 참여 인원 비슷해져
경합지역서 불참 선동 시 당연히 패배
정부는 이들의 부정선거 시비를 원천 차단하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전자개표기로 분류한 표를 선거사무원이 직접 확인하는 수(手)검표 작업을 추가하고 투·개표 모든 과정에서 공무원이 아니면 투표함에 손대거나 투표용지 분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침을 세웠다.
1차로 자동 개표기에서 분류하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이 일일이 눈으로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이지만, 일련의 조처를 하더라도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국민의힘 비대위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4·10 총선에서 여권 지지자들의 사전투표 불참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관위에 집계된 4·15 총선 데이터를 보면 전체 선거인의 26.7%(1174만2677명)가 10일과 11일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반영되면서 앞선 20대 총선 당시 사전투표율인 12.2%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어 4월 15일 본 투표에는 1738명이 참여해 총투표율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60% 벽을 넘어 66.2%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사전투표엔 호남, 본투표에는 영남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미래통합당이 782만 표(45.98%)를 얻어 민주당(774만 표, 45.55%)을 근소하게 추월했다. 그러나 경합 지역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전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의힘을 압도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구를 싹쓸이하는 효과를 봤다.
결국 당시 미래통합당이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을 앞지른 곳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단 3곳, 대구와 경북, 경남뿐이었다. 통합당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경북에선 57.42%로 민주당의 2배 수준을 기록했지만, 어차피 이길 지역 내에서의 표 몰아주기에 불과했다.
물론 이 덕분에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이 정당득표율 33.84%를 얻으며, 총 19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해 33.35%를 얻은 민주당(17석)을 추월했다. 그렇지만 지역구에서 84석밖에 얻지 못하면서 103석(민주당 비례 포함해 180석)이란 참패를 맛봤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사전투표가 승패를 뒤집었다"는 것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선호만이 국민 여론이라고 우기면서 사전투표 반대 운동을 펼친 결과는 법적 제재로 이어졌다. 이들 다수가 '선거 방해죄'로 처벌을 받으면서도 "선관위가 좌파에 장악됐기 때문"이라는 궤변을 펼쳐왔다.
바이든 사전투표 덕에 로켓 점프 勝
한동훈 체제 국민의힘 과거로 회귀
중앙선관위 22대 총선 사무 일정을 보면 본투표는 4월 10일(수), 사전투표는 4월 5일(금)부터 6일(토)까지 진행된다. 본투표 사전투표 모두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사전투표 보이콧'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유권자에게 주어진 36시간 가운데 24시간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는 반헌법적인 행태인데, 2020년 미국 대선에서도 유사한 음모론이 제기되며 공화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대거 불참한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역전승의 기회를 줬다.
반면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궐선거 압승, 2022년 이준석 체제에서의 윤석열 대통령의 역전승과 지방선거 대승은 이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억누른 결과였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줄곧 애매모호한 포지션을 취하다 사전투표 반대론자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앉히면서 과거로의 회귀가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 11월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15 부정선거와 사전투표 조작설 믿는 분을 실제로 만나본 적 있냐"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질문하자 회피성 답변을 내놨으나 결국엔 진실의 벽에 마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도와야 할 법무부 장관이 음모론을 부정하지 않고 힘을 실어준 셈"이라며 "지금까진 잘 빠져나갔으나 결국엔 이준석 전 대표가 치명적 약점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용된 여론조사 개요
▷의뢰기관: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중앙선관위 등록 양식엔 나타나지 않음)·굿소사이어티(이사장 우창록) ▷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대표이사 노규형)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표본 할당: 2000명 ▷표분추출틀: 리서치앤리서티 패널(R 패널) ▷조사 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 ▷조사 기간: 2023. 11. 23-28 (6일간)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2.1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