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반 완성한 '마곡CP4' 태영건설 전국 흉물 단지 탄생 위기
워크아웃 후 수주 현장 사업성 재평가 부실이나 미착공 현장 매각 수순 전망 마곡 CP4 53% 성동구 청년주택 33% 공사 중단 불가피···‘파주 흉물’ 전철?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지난주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전국에 분포한 현장에서 공사 중단 우려가 나온다. 첫 삽을 뜬 지 수해가 지난 상황에서 실제 공사가 부진한 사례도 발견됐다. 더구나 워크아웃이 최종 확정되면 새롭게 공사를 맡을 업체가 나타날 때까지 무기한 대기 상태가 된다.
일부 현장은 16년 넘게 방치된 ‘파주 흉물 단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태영건설은 국내 공동주택과 산업단지, 군부대 이전부터 고속도로와 전철 등 토목환경사업이 주력 분야다. 전국 150여개 사업장이 위기에 처했다.
# 태영건설 소식으로 많이 놀라고 걱정 많으실 텐데 이런 때일수록 저희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우리 오피(오피스텔)가 멋지게 공사 잘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산역 데시앙’ 청약 당첨자들이 입주 예정자 협의회를 만들고 최근 워크아웃 사태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9월 최고 청약 경쟁률 328대 1을 기록한 다산역 데시앙은 계약 나흘 만에 ‘완판’된 곳으로 당시 전체 531실의 공급물량 중 9022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 A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워낙 교통이나 입지가 좋아 당시에는 인기가 많았다”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문의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완공을 넉 달 남긴 요즘과 분양 당시 열띤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 올해 4월 완공하는 다산 데시앙은 비슷한 시기 완공하는 주변 건물들과 조성 속도가 다르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에 거주하는 B씨는 “다른 곳들은 인테리어도 다 마치고 커뮤니티시설이며 경비소랑 대문 모두 공사하고 조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다산역 데시앙) 분양 받은 사람들만 조급하다. 구제책 찾는다고 분양자들을 오픈톡방에 불러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다산역 데시앙은 외관 공사는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내부 공사 중이다. 그러나 건설업 특성상 입주 후 하자보수 처리가 미흡할 여지는 있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이 올해 공급한 3개 사업장 중 광주 남구 ‘더퍼스트 데시앙’과 경북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 등 2곳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계약을 포기하는 수분양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한창 외관 공사 중인 현장이다. 본지가 태영건설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계약 금액이 전기 매출액의 5% 이상인 주요 계약 중 아직 완성을 못한 현장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만 총 31곳이다. 대부분 공동주택이나 재개발, 국도건설과 같은 토목공사다. 적게는 1% 많게는 99%까지 공사 진행률은 다양하다.
16년째 중단 신세계 아울렛 옆 폐건물 답습?
공사 중단 불가피···새 시행사·시공사 찾아야
남양주 다산 진건지구 오피스텔 개발사업은 76.81% 공사를 진행했다. (오는 3월 31일 완공 예정) 의왕 오전나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 불과 10.48% 완료했다. 2022년 3월 계약해 2026년 10월 31일에 공사가 끝나는 것으로 돼있었다. 마곡지구 CP4 개발사업은 53.56% 진행했다. 이곳은 PF 대출 보증 규모가 1조6803억원으로 사업지 중 가장 크다.
이밖에 △00부대 현대화 및 도시재생사업 건설공사 47.31% △신경주역세권개발사업2BL 74% △용인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75.16% △판교 제2테크노밸리 G1-1BL 신축공사 54.36% △군포역 복합개발사업 A-1BL (甲) 6.81%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33.47% △경기광주민간공원공동주택 15.19% △강릉시 관광숙박시설 개발사업 38.26% 진행됐다.
또 △신진주역세권 공동주택 개발사업 67.49% △고성 토성면 아야진리 공동주택 신축공사 10.09% △생각공장 구로 신축공사 15.91% △부산 메디컬카운티 지역주택조합사업 5.87% △방글라데시 차토그람 28.52% △양산사송지구공동주택(B-9BL)건설사업-아파트 74.03% △행정중심복합도시 6-3 생활권-아파트 68.57% △창원북면감계2지구공동주택-아파트 48.07%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진행률 80% 이상 생략)
한편 아예 공사 첫 삽도 뜨지 못한 곳도 있다.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성수동 오피스2개발사업이었다. 태영건설은 노후 공장부지를 1600억원에 사들였고 PF 브릿지론으로 48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공사비 상승과 척박한 영업 환경에 1년 6개월간 착공 계획도 잡지 못했고 결국 빌린 돈도 못 갚는 처지에 이르렀다.
전국적인 공사 중단 전망에 일부 현장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일대 폐건물 단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본래 31개 콘도가 지어질 예정이었던 이곳은 파주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부지 규모만 21만㎡(6만5000평)다. 2년 이상 방치된 사업지 중 동양 최대 수준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난에 현재 공사는 33.46% 진행된 사태로 16년째 멈춰있다.
오정근 서울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워크아웃으로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를 가린 후 새 시행사와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면서 “(부동산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분양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