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해즈브로 직원도 짐 싼다, 주가 상승에도 美 침체 그림자
금리 인하 기대감 주가·채권 가격↑ 장기 고금리 내년 실질 성장률 하락 경기민감 산업 둔화 구조조정 계획 가계 연체율 상승 은행 건전성 악화
미국의 장난감과 운동화 소비가 줄고 있다. 나이키와 해즈브로 등 경기민감 산업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이 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이 잇따른다. 그런데도 이 기업의 주가는 오른다. 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이다.
2년여간 이어진 고금리 상황에 기업 신용 여건은 악화하고 가계는 가계대로 연체율이 상승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는 팔팔 끓는 죽 냄비를 살피듯 잠시라도 안심할 수 없는 사안이다.
27일 여성경제신문이 마스터카드 산하 스텐딩펄스 조사를 분석한 결과 연말 쇼핑 대목인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인 12월 24일까지 미국인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지만 이는 작년(+7.6%)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둔화했다. 온라인 소매 판매도 6.3% 증가했지만, 작년(+10.6%) 상승률 보다는 밑돌았다.
소매 판매 둔화는 고금리와 고물가 압력에 기인한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유통업체의 할인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인의 소비 및 지출의 둔화는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긴다. 피벗 기대감에 뉴욕증시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26일(미 동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9.36포인트(0.43%) 오른 3만7545.33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0.12포인트(0.42%) 상승한 4774.75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81.60포인트(0.54%) 뛴 1만5074.57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S&P500지수는 지난주까지 8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1월 기록한 4796.56 직전에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미국 경기 침체 징조를 지적한다. 주가가 오르고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서 금융투자자를 흡족하게 하지만 실제 미국 경제 성장률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에 기인하며 벌써 다수 기업의 대량 해고가 이미 단행됐거나 예고돼 있다.
쇼윈도 너머 안 팔리는 장난감과 운동화
고금리 장기화에 가계와 기업 신용 악화
트랜스포머와 모노폴리를 만든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는 올 초 8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 12일 1100명을 또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난감이 잘 안 팔리기 때문이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매출 부진 전망에 향후 3년간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의 인력 비용 절감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차 브랜드의 구조조정도 이미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100억 유로(약 14조원) 규모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테슬라와 포드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감소한 영향이 공통적이다.
이처럼 소매 판매 둔화는 경기 전체적으로 볼 때는 물가 둔화 신호와 같다. 더 빠른 금리 인하를 이끌지만 개별적인 기업 입장에선 영업 환경 악화로 대량 해고라는, 정부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 같은 미국 상황과 관련해 씨티(Citi)는 “그동안의 금리 인상으로 신용 여건이 악화됐으며 이에 내년 실질 성장률의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금리 수준에 큰 영향을 받는 경기민감 산업의 활동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전망했다.
기업뿐 아니라 가계 재정 상태 악화도 엿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및 저신용등급의 자동차 대출 상환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빚은 이미 1조 달러 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연체율(90일 이상)은 2022년 1분기 이후 줄곧 상승세다. 올해 3분기 기준 18~29세 미국인의 카드 빚 연체율은 10% 내외다.
기업과 가계의 신용 악화는 결국 은행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상가건물 부동산 가치가 고점 대비 35% 감소했으며, 2024~2028년에 2조8000만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상환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은 은행에 큰 부담이다”라면서 “오피스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내년 8.1%, 2025년 9.9%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