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벌이 덴마크 노동자 퇴직 후 연금 240만원···한국 120만원

‘돈 없으면 퇴직금 깬다’는 한국인 주거비 목적이 80% 대부분 젊은이 퇴직연금 젊을 때 잘 쌓는 게 중요 네덜란드 등 북유럽 강제 연금화해 韓 소득대체율 40% 美 81% 日 56%

2023-12-27     최주연 기자
전문가 집단은 국민연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층적인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덜란드, 싱가포르, 미국, 영국 등 퇴직연금이 국민연금만큼 강제 연금화 방식으로 정착된 반면 한국은 ‘돈 없으면 퇴직금 깨면 된다’는 식의 통념이 일반적이다. /연합뉴스

2055년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이 예측된 상황에서 개혁 논의가 국회로 넘어갔다. 전문가 집단은 국민연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층적인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층(국민연금) 위 2층 퇴직 연금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민연금 개혁뿐 아니라 퇴직금의 강제 적립 연금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네덜란드, 싱가포르, 미국, 영국 등에선 퇴직연금이 국민연금만큼 강제 연금화 방식으로 정착돼있는 반면 한국은 ‘돈 없으면 퇴직금 깨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일반적이다. 실제 한국의 30·40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퇴직금 중도 인출에 거리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여성경제신문이 통계청의 ‘2022년 퇴직연금 통계 결과’를 분석해 보았더니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국민 중 전체(5만여명)의 78.2%가 주택 관련 사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으로 따지면 주택 구입 사유가 2만3000명(46.6%), 임차 사유가 1만6000명(31.6%)에 달했다.

금액으로 보면 주택 관련 사유로 총 1조4800억원(전체 1조7400억원)이 인출됐다. 전체의 84.8%에 달한다. 주택 구입으로 9700억원(55.6%), 임차 용도로 5100억원(29.2%)이 중도 인출됐다.

30대와 40대의 중도 인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 집 마련 시기에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퇴직금을 활용했다. 연령별로 볼 때 △30대가 42.4% △40대 32.2% △50대 15.2% 순이었다. 인출 금액 규모로 보면 △40대가 36.7% △30대 31.0% △50대 25.0%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령화연구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공적연금처럼 세제지원 등으로 적립금을 쌓는 게 아니고 내가 스스로 쌓은 다음 그 수익금을 노후 소득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적립금을 잘 쌓아야 하고 잘 굴리는 게 1단계다”라면서 “2단계는 연금화 단계인데 1단계에서 우선 잘 적립해야 한다. 적립금 누수를 막는 게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목적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소득대체율 센 북유럽 퇴직금 연금화 강제
“퇴직연금 강제화로 소득대체율 50% 확대”

국가마다 퇴직연금 연금화 운영 유형은 다양하지만 주요국은 강제 연금화 제도를 채택한다. 복지제도가 잘 운영되는 북유럽 국가는 일시금 중도 인출을 불허한다. 애초에 퇴직금이 주거 마련을 위한 목돈으로 쓰일 수 없다.

본지가 각 나라 퇴직연금제도를 취재한 결과 네덜란드의 경우 연금 형태 수령을 의무화한다. 다만 68세 이전에 조기 수령할 수 있는데, 1년마다 7%씩 감액한 액수를 지급한다.

스위스는 원칙적으로 연금 형태로 수령하도록 한다. 준강제 형 연금화 제도로, 일시금 수령도 가능하지만 은퇴 시점 3년 전에 의사를 밝히게끔 하는 등 연금화를 유도하는 규제를 장착하고 있다. 스위스연방사회보험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금 수령과 일시금 수령 비중은 각각 74.2%와 25.8%였다. 반면 당해 한국의 연금 수령 비중은 3.3%였다.

1층 공적연금과 2층 퇴직연금의 다층적인 노후 소득 보장 체계로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합계 소득대체율은 한국(25년 가입 39.5%)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덴마크는 80%, 네덜란드는 69.7%, 스웨덴은 53.3%에 달하며 일본도 55.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소득대체율은 57.6%다. 사진은 덴마크 해변에서 열린 세계 산타클로스 총회 모습 /EPA=연합뉴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층 공적연금과 2층 퇴직연금의 다층적인 노후 소득 보장 체계로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합계 소득대체율은 한국(25년 가입 39.5%)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덴마크는 80%, 네덜란드는 69.7%, 스웨덴 53.3%에 달하며 일본도 55.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소득대체율은 57.6%다.

즉 생애 평균 소득이 300만원이라고 할 때 덴마크 노동자는 퇴직 후 240만원씩 받고 네덜란드는 209만원, 스웨덴에서는 160만원, 일본 노동자는 166만원을 매달 받게 된다. 이때 한국 노동자는 120만원을 받게 되며 이 역시 25년 동안 꾸준히 적립했을 때나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연금 전문가는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의 강제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김병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본지에 “국민연금 개혁에 따라 소득대체율이 감소하면 퇴직연금의 강제화를 통해 1, 2층을 통합한 소득대체율의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은 12%(현 9%)까지로 최소화하고 목표 소득대체율은 30%(현 31.2%) 정도로 설정하며, 강제화한 퇴직연금은 현재 8.33% 수준으로 유지한 후 운용기관의 소득대체율을 20% 이상을 목표로 제도를 설계한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의 기금화를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2~3개의 민간 거대 기금으로 통폐합시킴을 유도하되 국민연금과의 성과 경쟁 체제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다만 그 운용은 철저히 (국민연금과는) 독립적으로 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