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대신 강아지···유모차 판매량 넘어선 '개모차'

올해 출산율 0.72명 반려 가구는 1000만명 반려동물 양육비도 ↑

2023-12-26     김정수 수습기자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메가주(MEGA ZOO) 펫 산업 박람회에서 방문객이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운 채 반려동물 유모차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모차에 아기 대신 강아지가 눈에 띄는 시대가 도래했다. 올해 온라인 시장에서는 사상 최초로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 판매량을 넘어섰다.

26일 여성경제신문이 오픈마켓 G마켓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유아용 유모차보다 늘어났다. 두 카테고리의 합계 판매량을 100이라고 했을 때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 비중은 2021년 33%, 지난해 36%로 소폭 상승한 뒤 올해 57%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반면 유아용 유모차는 2021년 67%, 지난해 64%에서 올해 43%로 떨어져 반려동물용 유모차에 역전당했다.

반려동물용과 유아용 유모차 판매량의 극적인 변화는 저출산 현상과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10대 미만 연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82명에서 올해 6.6명으로 낮아졌으며 10년 뒤에는 4.74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유아용 유모차의 절대 수요 자체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 역시 2010년 1.23명에서 2020년 0.84명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0.78명까지 내려앉았다. 통계청은 중위 추계 기준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0.68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2만 가구(25.4%)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수로 따지면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반려동물에게 들이는 양육 비용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반려동물 1마리당 양육 비용(병원비 포함)은 전년도보다 약 3만원 오른 15만원이었는데, 20대의 양육비는 21만원으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1인 가구의 양육 비용 역시 1마리당 평균 17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보다 많았다. 1인 가구 위주의 젊은 층에서 반려동물에게 돈을 더 많이 쓰는 방향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