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기업 때리기' 플랫폼 규제 나선 尹···공정위 법제화 추진 보고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규제 대상 미국은 법안 폐지 추세···거꾸로 가는 한국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가 촉발한 정부의 플랫폼 제재 움직임이 '자국기업 때리기' 성격의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자사 우대'나 '끼워팔기'를 금지해 이른바 경쟁을 촉진하자는 취지지만 글로벌 트랜드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공거래위원회는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한기정 위원장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플랫폼경쟁촉진법(가칭) 제정 방향을 설명했다. 당국이 지배적(독과점)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자사 우대나 끼워팔기 등을 반칙행위로 보고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다.
디지털 관련 경제가 가속화하면서 플랫폼 서비스는 쇼핑이나 외식 그리고 검색 등 국민 생활 전반에 깊게 스며들고 있다. 플랫폼은 거래 비용을 감소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왔지만,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플랫폼 독과점 사업자들은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거나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반칙행위를 통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나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특정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만 시정 명령 등을 부과하고 사업자들의 다양한 항변 기회를 보장하기로 헸다.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받기 전에 의견 제출을 할 수 있으며, 지정 후에도 이의 제기와 행정소송 같은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행위가 시장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고 소비자 후생 증대가 더 크거나 다른 법률 준수 등을 위한 것이란 점을 입증하는 경우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다시 말해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사전 예방하는 것에 방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다.
포털업계 일각에선 올해 3월부터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디지털시장법(DMA)와 유사한 구조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DMA가 미국 플랫폼을 막아 유럽내 자국의 플랫폼 사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인 반면 공정위의 제정안은 "자국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이란 비판이 학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또 매출이나 시총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정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규제안과 유사한 것이어서 자율규제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와 반대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정위가 심사지침에서 적용해온 기준을 적용하면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국내 플랫폼 대다수가 규제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구글이나 메타 같은 외국 기업들도 대상에 포함되면 통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플랫폼 규제 법안이 자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법안 폐기 절차에 돌입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시장지배력 남용만 강조되면서) 효율성 증대 효과나 소비자 편익 효과에 소홀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의 균형이 잡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