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잘파 세대'는 누구?···앱테크 능하고 인플루언서 동경

Z 세대, 밀레니얼보단 알파 세대와 비슷 온라인·모바일 기반 소비와 투자에 익숙 인플루언서 관심·과소비에 관대··· '우려'

2023-12-19     김남원(철학)·김유경(도시계획부동산학)·박병묵(철학)·최수진(도시계획부동산학) 강릉원주대
잘파 세대는 Z 세대와 알파 세대를 통칭하는 단어다. /픽사베이

MZ 세대가 지금의 10대와 20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아날로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와 디지털 시대 초창기의 Z 세대를 하나로 묶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분류인 '잘파 세대'가 등장했다. 잘파 세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 세대와 200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알파 세대를 통칭한다.

Z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첫 세대로 소셜미디어에 익숙하다. 알파 세대는 Z 세대보다 더 발전된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잘파 세대는 '디지털'과 '모바일'에서 더 나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타버스(현실의 상호작용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여러 형태)', '온라인 게임', '인공지능(AI)'을 일상의 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강릉의 한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권씨는 "초등학생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쓴다.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일상적으로 서로 소통한다. 종이책보다 온라인 콘텐츠에 더 잘 적응하고 공부할 때도 태블릿 PC를 활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잘파 세대는 코딩 같은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고 자란 경우가 많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에 능숙하다"라고 했다.

서울예술대학교에 다니는 김씨(21)는 잘파 세대를 '인스타그램 세대'로 규정한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친구가 별로 없다. MZ 세대와 잘파 세대를 구분하는 하나의 척도는 인스타그램을 얼마나 중요한 일상 도구로 쓰고 있느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잘파 세대는 소비 스타일로도 구분된다. MZ 세대와 잘파 세대는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 소비를 하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에서 Z 세대로 갈수록 SNS를 통한 구매가 더 활발해진다. 강릉의 한 화장품매장에서 일하는 김씨(여·20)는 "10대는 네이버 검색보다는 유튜브 검색으로 상품 정보를 얻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잘파 세대는 가성비뿐만 아니라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따지면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사회적 평판도 본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낸 '잘파 세대의 금융 인식과 거래 특징의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잘파 세대의 재테크는 '앱테크'로 요약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은행 업무를 보거나 투자하는 데 능숙하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들도 목표 고객을 잘파 세대로 맞춰 연령대를 내리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미니(mini)의 가입 가능 연령을 만 14세 이상에서 만 7세 이상으로 넓혔다. 토스뱅크도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계좌(토스뱅크 아이 통장)를 비대면으로 서류 준비 없이 개설할 수 있게 했다.

잘파 세대는 온라인·모바일 기반 환경에서 소비하고 투자하는 데 익숙하다. /픽사베이

그레그 위트를 비롯한 여러 해외 전문가는 잘파 세대의 재테크 특성으로 △디지털 금융 도구 활용, △암호화폐 투자, △스스로 학습,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대체불가토큰(NFT)에 관한 높은 이해를 꼽는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이씨(23)는 "비트코인에 투자해 많은 돈을 번 적이 있다. 암호화폐나 성장주에 투자하는 친구가 많다"라고 말했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신씨(여·22)는 "크림이라는 리셀(되팔기)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사고판다. 소자본으로 돈을 버는 재테크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착용해 유명해진 운동화는 원가가 21만9000원이었으나 리셀 시장에서는 13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셀 시장은 잘파 세대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신 씨는 "잘파 세대는 자기만족과 개성을 중시한다. 머지않아 잘파 세대가 사회의 유행과 소비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파 세대는 과소비에도 관대한 편이라고 한다. 고등학생 김군(18)은 "명품 옷을 입고 명품 지갑을 갖고 다니는 학교 친구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군은 이어 "유튜브에도 '10대 명품 쇼핑 브이로그' 같은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라고 덧붙였다.

마케팅 회사 나스미디어의 '2023 상반기 미디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잘파 세대의 63.8%는 장래희망으로 인플루언서를 꼽았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김씨(21)는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다 보니 디지털 환경 안에서 영향력을 얻고 유명해진 사람을 동경하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