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없어도 진료를 못 받아요' 요양원 입소자 무치악 비율 30%···시설 내 전문의 '0명'

입소 어르신 평균 자연 치아 개수 12.2개뿐 일반인 16.2개···20개 이상 치아 비율 37% 종사자 가이드라인에 치과 전문의 포함 안 돼 6기 장기요양위원회 의료계 명단에서도 제외

2023-12-18     김현우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에 입소 어르신이 앉아 있다. /김현우 기자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한 어르신의 구강 상태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내 종사자 명단에 치과 전문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8일 치과협회 치무위원회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전국 요양시설 입소자의 구강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설 내 입소자의 무치악(치아가 하나도 없는 상태) 발생 비율은 일반 국민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 164명을 대상으로 구강 검진을 실시한 결과,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은 일반 국민 대비 20개 이상 치아 보유 비율은 37.1%로 약 11% 낮았다. 요양원 입소자는 평균 현존 자연치아 수가 12.2개로 동일한 연령·지역·성별의 일반 국민(16.2개)과 비교해 4개가량 적었다. 무치악 비율은 29.6%로 일반 국민(11.6%)보다 3배가량 더 높았다. 

요양원 환경 특성상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은 대화나 보행이 어려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강 건강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간호인과 종사자 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요양원 내에서는 정기적인 구강 검진, 기본적인 치과 치료, 그리고 치과 진료비에 대한 국가적 지원 외에도 간호인과 종사자를 대상으로 구강 보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요양원 입소 노인의 구강 건강을 평가할 때 자기 관리 능력 등 다양한 평가 요소가 필요하며, 간호인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설문 조사도 중요하다"며 "입소 노인의 구강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치과 위생사의 기본 치료부터 시작하여 일반 치과 의사의 진료, 그리고 치과 전문의의 전문적인 치료 등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치료 단계 도입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욕창만큼 중요한 치아
치과 인력 고용 사항X
의료지원 구체화 필요

업계에선 노인장기요양 시설 내 촉탁의 또는 간호인력 등 의료지원 인력 구성 구체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2023년 사회복지시설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보면 시설 입소 어르신의 치아를 관리할 수 있는 종사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로선 입소 어르신이 치과 진료가 필요하면 입소자의 보호자가 사비를 들여 따로 치료받는 방법뿐이라는 것.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장기요양급여 수가에 포함된 종사자는 △사무국장 △총무 △과장 △생활복지사 △상담지도원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다. 의사의 경우 촉탁의사제도가 있긴 하지만, 치과 전문의는 부재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장기요양위원회에도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요양위원회는 노인장기요양시설 내 종사자 처우 개선, 인건비 협상, 입소자를 위한 환경 개선, 장기요양 정책 등을 논의하는 보건복지부 직속 위원회다. 

여성경제신문이 입수한 2023년 7월 31일~2026년 7월 30일까지 운영되는 제6기 장기요양위원회 구성 결과를 보면 의료계에선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전국의료산업노동자조합연맹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치과 자체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진료 과목이다 보니 촉탁 치과 의사 자체를 부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면서 "욕창만큼 어르신들의 건강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는 게 구강 상태인데, 시설에선 수가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어르신 진료를 위한 지원비도 부재한 상황이다 보니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어르신의 구강 건강을 위해 하루빨리 장기요양위원회를 통해 치과 협회가 들어와서 의료진 구성을 구체화해야 할 시기"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