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도 별수 없네’ 빵점 맞은 보험사 퇴직연금 실적 “수익 경쟁 절실”
[수익률 경쟁] 초라한 손보·생보 10년 IRP 수익률 DB 0% 삼성 1.31% 교보 1.40% 수익률 비교 공시 확대해 경쟁 확대 불안정 자본시장 인프라 구축 시급
퇴직연금 시장 확대 전망에 금융기관이 퇴직연금 운용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며 광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수익률은 내보일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 특히 국내 손해보험 및 생명보험 회사의 10년 수익률은 증권사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체 간 수익률 경쟁 유도와 동시에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여성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2023년 3분기 기준)에서 국내 14개 손해보험사 및 생명보험사에 대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10년 장기 수익률은 DB손해보험이 2.37%로 가장 높았다. 반면 DB생명보험은 같은 조건으로 비교할 때 0%로 계열사인 DB손보와 전혀 다른 결과를 냈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대체로 증권사(대신증권 3.22%)보다 낮고 5대 은행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은행 1.00%, 하나은행 1.10%) 손해보험사만 놓고 볼 때 △DB손보(2.37%)가 가장 높았고 그밖에 손보사는 2%대를 넘지 못했다. 손보 업계 1위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이 1.31% 수익률을 냈고 △KB손해보험이 1.68% △현대해상화재보험이 1.27%였다.
그러나 수익 성적과는 별개로 적립금은 삼성화재가 가장 많았다. IRP형 원리금 보장과 원리금 비보장 상품을 모두 합한 적립액은 삼성화재가 2214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KB손보(1030억원), 현대해상(539억원), DB손보(168억원) 순으로 많았다.
생명보험사 퇴직연금 수익률은 △한화생명보험이 1.86%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 △미래에셋생명보험(1.72%)이 높았고 △흥국생명보험(1.71%) △동양생명보험(1.62%) △교보생명보험(1.40%) △삼성생명보험(1.25%) △신한라이프생명보험(1.09%) 순이었는데, 같은 조건으로 비교할 때 △DB생명보험과 △IBK연금보험은 0%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금으로 돈을 들고 있는 수준과 같이 어떤 수익도 내지 못한 것이다.
푸본현대생명보험의 경우 10년 수익률 미기재로 비교할 수 없었지만 3년(-1.42%)과 5년(-0.95%) 7년(-0.62%)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내며 매우 저조했다.
생보사도 손보사와 마찬가지로 적립 규모(원리금 보장·비보장 상품 모두 포함)는 수익률과 별개 양상을 보였다. 10년간 1.25% 수익을 낸 삼성생명이 2조959억을 적립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교보생명이 5375억원, 미래에셋생명이 3000억, 한화생명이 1573억원을 적립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연예인 광고가 아닌 수익률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가 실제 성과를 바탕으로 퇴직연금을 맡길 보험사, 나아가 금융기관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 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해 사업자 간 비교 공시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또한 일본의 생명보험회사는 회사 간 비경쟁 영역에 해당하는 단체연금 관리 사업을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연금 상품에 대한 수수료 부담을 합리화할 방편도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수익 안정도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볼 때 자본시장이 안정돼야 수익도 안정적으로 날 수 있는데 실적배당형으로 소비자 선택을 돌리려고 해도 실적이 좋지 않으니 원리금 보장형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라면서 “미국과 호주의 경우 7~8% 수익률이 나고 10년 수익률은 두 자릿수가 나온다. 노후 자금 형성을 위해 자본시장 건전성을 제고할 대책도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