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 붕괴에도 무관심한 의협 '브런치 논란'···"소아과 오픈런 대책 전무"

소청과 대란에도 열 달 논의 안 한 의협 정부마저 해결 의지 없는 '소청과 공백' '오픈런'에 피해받는 영유아와 보호자

2023-12-11     김민 인턴기자
인천에 위치한 인하대병원 소아과 /인하대병원

'젊은 엄마들이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려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든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의 사퇴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소청과 의사들은 의협이 소청과 문제에 관심도 없고 현실도 모르는 데서 기인한 촌극이라고 지적한다. 또 '소아과 오픈런'은 의협뿐 아니라 정부의 무관심이 본질적인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1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의협과 정부가 관심을 두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회장은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논의하는 '의료현안 협의체'를 통해 소아과 필수 의료 붕괴 상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의협은 (소청과 대란이 한창 불거졌을 때도) '필요할 때 부르겠다'라고 말했지만 지난 3월부터 12월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회의에 부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의협의 산하단체다.

그는 보건복지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지난 10월 보건복지부 차관이 소아과 지원을 위해 정책 수가 100만원을 주는 정책을 내놨다"면서 "그렇지만 실제로 병원에 떨어지는 돈은 50만 원밖에 안 되고 이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앞서 지난 4일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젊은 엄마들이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려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든다"라고 글을 쓰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 우 정책연구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 원장은 14만 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소아과 오픈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그에 합당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해야 할 지위에 있다.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가 있다'고 망발하다니 기가 차다"라고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붕괴 현상은 저출산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문제가 결합해 나타난 것이다. 박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법제 특별보좌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도미노가 넘어졌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저출산으로 개원가가 붕괴하고 이에 따라 개원가에서 일하는 페이 닥터들이 다른 과로 빠지게 된다. 이걸 본 학생들이 소청과를 선택하지 않으면서 인턴, 레지던트로 돌리던 야간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청과 의료 붕괴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이다. 11일 폐렴에 걸린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온 김모 씨(여‧40대‧인천)는 "소아과 대기 현상이 정말 심각하다. 동네 소아과는 1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2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 아직 돌도 안 지난 아기가 기다리는 동안 다른 병에 노출될까 봐 걱정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