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어나는 고독사에···유품정리업체, 씁쓸한 호황기
최근 5년 고독사 연평균 8.8% 증가 5000개 훌쩍 넘는 일본 특수청소업체 韓 ‘생활유품정리사’ 직업 도입 필요
#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 현관문 앞, 방진복과 방독면에 고무장갑을 착용한 두 사람이 묵념하고 있다. 문을 열자 좁은 방바닥에는 옷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겹겹이 쌓인 컵라면 용기와 초록색 소주병이 눈에 띈다. 이 집에 혼자 살던 70대 남성은 숨진 뒤 한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 국내 한 유품정리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최씨는 요즘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의뢰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나가보니 20대부터 90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고독사로 뒤늦게 발견되는 1인 가구가 허다하다. 5년 전만 해도 바쁘게 일하며 돈 버는 게 꿈이었던 최씨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업무 특성상 일이 많아졌다는 것은 곧 씁쓸한 사회의 현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최근 고독사가 늘어나면서 특수청소업체·유품 정리업체는 때아닌 호황기를 맞았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독사가 증가하는 배경 요인에는 '1인 가구 증가'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했다.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격이다. 2047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1인 가구의 비중은 해가 지날수록 꾸준히 증가한다.
고독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국내 고독사 수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증가하는 등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사망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약 1% 내외 수준이다.
고독사 발생 장소는 단독·다세대 주택과 빌라·아파트 등 일반적인 주택이 72.5%로 대부분이지만 1인 가구가 대부분인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과 같은 주택 이외 거처도 18.4%나 차지했다.
고독사 증가에 따라 고독사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유체 처리, 실내 청소, 소독 등 뒷수습을 담당하는 특수청소업·유품정리업의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 오영학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늘어나는 고독사에 마지막을 정리하는 생활유품정리사의 필요성은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며 "이미 한국보다 20여년 전 이 문제를 겪은 일본은 유품 정리 관련 업종이 정착돼 사단법인이 민간 자격증 관리·인재 양성을 담당하고 특허청이 인증 등록을, 후생노동성과 총무성이 사업 실태 조사와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몇 년 내 겪게 될 문제를 일본을 통해 미리 목도하고 있음에도 고독사 사망자 예우, 유품 정리,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일본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한국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경우 2018년 기준, 이미 전국 5000개 이상의 특수청소업자가 존재했다. 이는 관련 단체가 민간 자격의 인정제도를 최초 시작한 2013년에 비해 15배 넘게 팽창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본에선 이미 5년 전부터 '특수청소사'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으며 업계 내 사단법인도 설립됐다.
2013년 설립된 일본 '사건현장특수청소센터'는 민간 자격의 '특수청소사' 인정제도를 창설했다. 유족 대응과 질 높은 청소 방법 등을 주제로 약 2개월간의 통신강좌를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특수청소사' 자격을 얻게 된다. 설립 초기 당시 '특수청소사' 자격 취득자가 재적하고 있는 업체는 326개 사였지만 5년 뒤인 2018년에는 5269개 사로 급증하는 등 큰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요 증가 비해 국내 제도는 여전히 미흡
특수청소·유품 정리는 '처리' 아닌 '정리'
한국은 아직 민간 자격의 인정제도가 없다. 오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생활유품정리업은 △유품 분류 및 정리 △유품 소각 △특수청소 및 악취 제거로 구분된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과 달리 생활 유품을 마치 폐기물처럼 청소업체가 위탁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정리 관점에서는 인식이 잘 안 돼 있다"며 "유품은 망자가 살아온 인생이자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처리'가 아닌 '정리'의 대상이라는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에 따르면 생활유품정리사의 임무는 유가족에게 장례 전후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교육 과정과 투철한 윤리 의식, 사명감이 요구되며 이것이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가 2018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생활유품정리사 민간자격 등록, 한국표준직업분류 등재를 추진하는 이유다.
그는 "웰다잉(Well-dying)의 한 축인 생활유품정리업의 행정적 제도화를 협회 현안으로 삼아 생활유품정리사 민간자격 등록 및 한국표준직업분류 등재를 위해 수년간 장례 업계와 공조해 보건복지부에 신청해 오고 있다"며 "하지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인증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무연고 사망자, 노인 고독사 문제는 이미 예전부터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이에 현재 국내에도 생활유품정리 업체가 존재하지만 모두 건물위생관리업, 소독업, 통신판매업 등으로 사업자를 등록해 운영하는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부터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정된 상태다. 자녀가 없는 부부,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 가구의 고독사·무연고 사망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회장은 "앞으로도 본 협회는 생활유품정리사의 민간자격 등록, 나아가 한국표준직업분류 등재를 이뤄내 한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일자리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