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멀어져가는 빈살만 네옴시티’ 60달러대 내려앉은 국제유가
사우디 등 감산에도 경기침체 우려 WTI 5거래일 연속 하락 10.89%↓ 석유 의존 벗어나려 네옴시티 건설 천문학적 자금 필요한 빈살만 난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기록했다. 원유 수요 감소가 현실화되면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노력에도 유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로써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국가의 재정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거대 프로젝트 ‘네옴시티 더 라인’도 차질을 빚게 됐다.
6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물)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94달러(4.07%) 급락한 69.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이 기간 유가 하락 폭은 10.89%에 달한다. 올해 3월 이후 이 같은 급락 폭은 처음이다.
60달러대 WTI는 지난 7월 이후 다섯 달 만이다. 이후 원유 가격은 산유국의 감산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지난 9월 27일 배럴당 93달러를 훌쩍 넘으며 당시 100달러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중동사태가 마무리되면서 확전 가능성이 해소되고 중국 침체와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이 우려됐다. 단숨에 7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고금리 충격에 세계 전반적인 경기 둔화가 이미 예고된 상황에서 이들 나라에 석유만을 팔아 국가를 운영하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지역과 앙골라, 차드, 콩고, 나이지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 나라는 대표적인 석유 의존국으로 분류되며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이전까지도 별다른 산업의 육성 없이도 국가 경영에 큰 무리가 없었다. 이 때문에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금 걷지 않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2010년부터 미국이 셰일가스로 에너지를 개발하고 브라질 등 비산유국에서의 석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원유 공급과잉으로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중동지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2015년부터 악화했고 이런 이유로 재정균형 유가(fiscal breakeven oil price)를 맞추는 데 사활을 건다. 산유국은 감산해서라도 배럴당 80달러선으로 유가를 맞추려고 한다.
빈살만 왕세자의 네옴시티 건설도 석유 의존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다. 네옴시티는 석유 중심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그린수소 생산으로 제반 시설을 움직이는 친환경 첨단 도시로 서울의 44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건설을 위해 삼성물산, 포스코, 남부발전, 현대로템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필요한 추정 자금만 총 1조 달러(원화 1319조6000억원)다. 빈살만 왕세자가 올해 연말까지 끝낼 예정이었던 감산 정책을 내년 봄까지 연장하기로 한 데는 원유 수출로 번 오일 머니로 네옴시티를 건설하려는 데 있다. 석유 의존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로선 열심히 석유를 팔아야 한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빈살만 왕세자는 현재의 석유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 네옴시티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간다”면서 “현재 감산도 2030년 그리고 이후의 40년, 50년을 내다보고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감산할 수밖에 없는 사우디지만 감산 정책 효력에 대해선 의문이 지속된다. 공급 감소보다 수요 감소가 더 하락한다면 유가는 결국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IB는 중장기적으로 산유국들의 성실한 감산 이행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는 점 △앙골라가 증산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 △미국·중국 등 주요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 등은 OPEC+의 자발적 감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로 늘어난 상황에서 산유국들이 실제로 감산에 나섰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이번 자발적 감산 결정은 오히려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약속된 감산을 모두 이행한다면 내년 초 예상되는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