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빚으로 버티기···3분기 산업 대출 1875조원 '역대 최대'
상생 금융 압박 받은 은행, 기업 대출↑ 2개 분기 연속 증가 및 증가 폭 확대
올해 3분기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잔액이 1875조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들이 '상생 금융' 압박에 가계대출 대신 기업 대출을 늘리고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보다는 은행 대출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은행의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지난 6월 말에 비해 32조3000억원 불어난 1875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개 분기 연속 증가인 데다 전 분기(24조8000억원)보다 증가 폭도 커졌다.
우선 올해 상반기 주춤했던 제조업 대출이 늘었다.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에 시설투자와 운전자금 수요가 모두 확대돼 10조3000억원 늘면서 1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이는 지난 1·4분기의 11조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서비스업 대출은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등을 중심으로 14조원에서 16조 9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지난 2·4분기의 14조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증가 폭을 키운 것이다.
금융·보험업의 경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사, 증권사가 은행 대출을 늘리면서 1년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계속 대출 규모가 줄다가 올해 3분기엔 7000억원 늘었다. 부동산업 대출은 부동산 경기 회복 등 영향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상업용 부동산 거래도 늘면서 6조원에서 8조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증가 폭이 커졌다. 다만 한은은 부동산 거래나 신규 개발 사업이 매우 활발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역시 역대 최대였다. 고물가에 원재료 구매 부담은 커지고 소비는 위축되면서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출 지표로 활용되는 예금은행의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대출 중 비법인기업 대출 잔액은 119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완화적 대출태도를 유지하면서 대출 증가 규모가 22조5000억원에서 30조4000억원으로 확대된 반면, 비은행은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저하 우려 등으로 비우량·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증가 폭이 2조4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축소됐다.
실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 은행의 대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올해 2·4분기와 3·4분기 모두 3을 기록했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0에서 -6으로 떨어졌다. 대출태도지수는 실제 금융기관의 대출태도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음수일 경우 은행이 전반적으로 대출태도를 강화한다는 뜻이다.
건설업은 미분양 감소와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안정화 대책 등으로 1·4분기 9000억원 증가에서 올 2·4분기에는 1조9000억원 증가로 확대한 이후 3·4분기에도 2조원 증가하며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건설 원가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가 이어진 탓이다.
운전자금은 3·4분기 14조6000억원 증가하며 5분기 만에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모두 증가 폭이 늘어나면서다. 시설자금도 3·4분기 17조7000억원 늘어나며 전 분기의 15조원 증가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건설업이 2·4분기 8000억원 증가에서 3·4분기 2000억원 감소한 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증가 폭이 커진 결과다.
기업 형태별로는 법인기업이 20조원에서 26조7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늘어났다. 비법인기업은 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라 부동산을 중심으로 7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