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 만 원 시대 오나, 손끝 시린 체감 물가
11월 소비자물가 3.3% 상승 둔화 “앞으로 물가 둔화 흐름 완만할 것”
배럴당 70달러대까지 하락한 국제유가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월보다 둔화했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그 속도에는 제동이 걸렸다. 올여름 이상기후로 급등한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소비자는 물가 둔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3.3% 올랐다. 지난달 3.8%까지 상승한 물가가 단숨에 0.5%포인트나 하락했다. 석유 가격 하락이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석유류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5.1% 하락하면서 전체 헤드라인 물가를 0.25%포인트 떨어뜨렸다. 반면 농산물 가격이 13.6%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0.57%포인트 밀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14.9%) 이후로 2년 6개월 만의 최고 상승 폭이다.
에너지 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전기·가스·수도의 경우 요금 인상으로 지난해보다 9.6% 상승했다. 각각 △전기료 14.0% △도시가스 5.6% △상수도료 4.6% 등이다.
생활물가지수는 4.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실제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2.7% 올랐다.
특히 신선과실지수는 24.6% 뛰어 전월(26.2%)에 이어 20%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과는 55.5%, 귤은 16.7% 올랐다. 쌀은 10.6% 상승했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근원물가는 지난 1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던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도 근원물가는 하향 움직임을 유지했다.
이번 집계 결과에 대해 금융당국은 끈적한 물가 흐름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인플레이션 경로는 불확실성이 큰 것이다.
이날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 측 압력이 약화한 가운데 공급 충격의 영향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이런 빠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