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권 남발 부작용···노동·언론계 반발에 野 재의결 가능성

이재명 "국정 무책임 운영" 국힘, 혁신위 와해·공천 잡음 홍익표 "재의결 최선 다할 것"

2023-12-04     이상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정국이 경색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해당 법안들은 사실상 폐기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무한 책임져야 할 정부 여당이 국정 책임을 무한 회피하고 있다"며 "예산안 처리 방해, 민생 입법 발목잡기, 상습적 거부권 남발, 국정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그리고 청개구리처럼 운영해서야 되겠느냐"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상실됐다, 실종됐다' 이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곧 개각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장관 몇 사람도 중요하나 대통령의 마인드와 국정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도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거리 행진에 나섰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부대표자 회의에 불참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언론 현업단체 역시 성명을 내고 정부가 언론 탄압과 방송통제의 미몽을 버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권에서 예견된 순서였다. 대통령실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인 노란봉투법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방송3법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부담감이 큰 탓에 예외적으로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번, 박근혜 전 대통령은 2번, 문재인 전 대통령은 0번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도 안 된 시점에서 3번을 행사해 현재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는 강 대 강 대치 냉기류가 지속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협조를 구하며 물가·민생 안정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과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정부의 계획대로 예산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수 있다.

국회법 절차상 거부권에 막힌 법안은 다시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199명) 찬성을 얻어야 재의결된다. 국회 구성상 국민의힘 의원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의결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재의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내홍으로 인해 불만을 품은 비주류 20명의 이탈 표를 가져오면 199명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거부권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상당한데 이에 공감해 경고성으로 정부 견제에 동참해 줄 여당 의원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재의결 절차는 해야 한다"며 "200명 이상 동의를 해줘야 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보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혁신위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 당무감사위는 하위권에 속하는 당협위원장 46명(22.5%)에 대해 구체적 명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총선 공천 배제(컷오프)를 보고하기로 해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가시화도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요한 혁신위는 당내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해체 위기에 있고, 이준석은 눈앞에서 아른거리면서 앞길을 막는구나"라며 "다가오는 엄동설한을 어찌할꼬"라고 당 안팎의 상황을 우려했다.

한편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 6단체와 함께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이미 거부된 노란봉투법을 빨리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의 재의결 시도 시 이탈 표를 막기 위한 내부 단속 움직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