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의료시설 '요양원' 입소자 30% '의료지원' 필요···"촉탁의 제도 개선해야"

저평가된 촉탁의 방문·진찰비 인상 필요 의료 시설 아닌 요양원, 의료 지원 한계 커뮤니티케어, 의료소비자 폭증 가능성

2023-11-28     김현우 기자
현행 촉탁의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양원 입소자의 약 30%가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가운데 의료계에선 요양원 근무 촉탁의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주요국 노인요양시설의 의료서비스 제공 정책' 보고서를 통해 노인요양시설 내 의료서비스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요양시설 입소자는 대부분 급성기 질환과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국내 요양시설 내 의료적 처치 현황을 조사한 의료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20개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한 163명 중 30% 이상이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대상자로 나타났다.

2008년에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촉탁의사(촉탁의) 제도에 대해 의료계는 △복잡한 청구 절차 및 인원수 제한 △저평가된 방문·진찰비 △불명확한 처지 영역 등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과 전문의 A씨는 "촉탁의에 대한 처우 문제가 의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다"면서 "장기 요양시설 입소 노인의 경우 의료적 지원보단 돌봄 차원에서의 지원이 집중되다 보니 의료 지원을 나오는 촉탁의에 대한 방문비 및 진찰비가 저평가된 상황이다. 또한 요양원 자체가 의료 시설이 아니다 보니 치료해야 하는 범위가 좁아 촉탁의 제도에 대한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의사도 많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선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복잡한 청구 절차를 지목했다. 현재 청구 방식을 보면 촉탁의가 요양원을 방문하면 시설장 혹은 국장이 온라인으로 방문 진찰을 받은 입소자를 입력한다. 촉탁의는 이를 확인만 해도 문제가 없지만 불필요하게 입력해야 할 사항이 많아 휴일에 날을 잡아 하루 종일 청구만 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구 절차 간소화만 이뤄져도 촉탁의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면하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환자가 이전에 내원하던 병·의원을 더 신뢰하고 이 때문에 증상이 달라져도 기존 처방내용을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문제도 지적됐다. 

이와 관련 한 요양원 촉탁의는 "멀리서 방문하면서 낭비되는 시간은 그렇다 쳐도 입소자나 보호자와의 라포르(신뢰감) 형성이 어렵다는 게 문제"며 "환자나 보호자가 기존 단골 병·의원 처방을 더 신뢰하다 보니 현장에서 처방을 변경하려고 하면 반대에 부딪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원은 자택에서 가료해도 될 경증의 입소자를 받도록 규정돼 있어 처치·진료가 금지돼 있는데 이는 인권유린에 가깝다"며 "환자가 약을 한 움큼 복용하며 몇 년간 입소해도 간기능검사, 당뇨환자 당화혈색소 검사 한 번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요양시설은 간호인력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적으로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시설은 응급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제기됐다.

입법조사처는 촉탁의의 처방 및 진료 범위를 확대하고 대상자 제한을 완화해야 하고, 촉탁의 진료비용 제도도 개선해 수가적인 보상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상의 제약으로 촉탁의 채용이 어려운 경우, 전문 요양실 제도를 확대하고 간호사에게 위임하는 업무 범위를 넓히는 법적 제도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또한 주요국 사례를 들어 요양시설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거나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적으로 보호받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해, 권한위임을 통한 업무 재조정이 필요하며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현수 촉탁의위원회 위원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노인복지와 관련 의료계 인사들이 커뮤니티케어에만 매진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초고령사회로 폭증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선 의료소비자를 한곳에 모을 필요가 있는데, 커뮤니티케어는 오히려 치매 환자를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낸다는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적인 모델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경증 환자는 요양원, 중증은 요양병원이 수용하도록 하는 방식이지만 워낙 많은 재원이 필요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우선은 촉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요양원 입소자들이 좀 더 나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