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더봄]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2)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남을 돕는 일 중 최고의 단계는 자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시각장애인 책 읽어주는 봉사도 자력 갱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

2023-12-14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

(지난회에서 이어짐)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피터는 중세기 위대한 도덕철학자 '마이모니데스'가 언급한 자선의 황금 사다리를 예를 들었다. 가장 낮은 차원의 자선은 '망설이면서 주는 것'이다. 밑에서 두 번째는 '즐거운 마음으로 주지만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의 필요에 적당한 만큼 주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로 낮은 차원은 '적당량을 주지만, 요청했을 때만 주는 것'이다.

네 번째는 '적당량을 아무런 요청이 없어도 주지만, 선물을 가난한 사람의 손에 쥐여 줌으로써 그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선물을 주되 자신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받는 사람은 누가 자신을 도와주는지 아는 경우'다. 여섯 번째는 '주는 사람은 누가 도움을 받는지 알지만 도움받는 사람은 누가 돕는지 모르는 경우'다. 일곱 번째는 '선물을 주되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누가 누구를 돕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피터는 중세기 위대한 도덕철학자 '마이모니데스'가 언급한 자선의 황금 사다리를 예를 들었다. 그 황금 사다리의 맨 꼭대기 칸을 차지하는 일곱 번째 차원 위에 한 가지 단계를 더 설정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모니데스는 사다리의 맨 꼭대기 칸을 차지하는 일곱 번째 차원 위에 한 가지 단계를 더 설정했다. 이 단계에서는 '자선의 필요성을 미리 깨닫고 자선 행위가 아예 필요 없도록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자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제일 상위에 있는 단계의 자선이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자선을 베풀고 있다.

우연히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곳에서는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눈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책을 읽어주고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얻는 정보의 90%는 눈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보면 눈이 보이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정보를 얻는 기회가 단절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 등록된 시각장애인들은 5000여명이 되는데 자원봉사자들로부터 간접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원봉사자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자력으로 갱생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돕고 있는 셈이다.

시각장애인도서관 녹음 스튜디오 /백만기

몇 년 전에는 이곳 학습지원센터에 등록된 시각장애인 학생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로스쿨에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학생으론 처음으로 합격한 적도 있다. 그 학생이 학업을 마치고 돌아와 우리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을 해보니 무려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통계가 없어 알 수 없어도 우리나라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은퇴한 사람들은 남은 생을 좀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어 한다. 다만 생각만 하지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피터 싱어의 책을 은퇴자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다. 아래는 피터 싱어가 마지막 장에 그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영원한 우주의 영겁에 비추어 보면 하루살이와도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이 우주적 관점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생에서 의미를 찾는 문제를 극복하기에 충분하다. 우주적 관점을 취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과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무엇인가 시급히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아름다움, 지식, 자율 혹은 행복과 같은 여러 다른 가치들을 장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