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초고령사회 마지막 방파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 개최

2030년에 11만명 돌봄 못 받아 자격증 넘치는데 구인난은 심각 요양보호사협회 설립 시급 호소

2023-11-27     허아은 인턴기자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토론회 『요양보호사의 늪』 발제자와 토론자들 /여성경제신문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토론회 『요양보호사의 늪』이 개최돼 현장 종사자와 요양복지 전문가가 요양보호 현황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해 입을 모았다.

27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한국사회복지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여성경제신문과 한국노인복지중앙회 등이 주관한 '시니어 케어 페스타'가 열렸다. 행사는 총 2부로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해미백일장 수상자 시상이, 2부에서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토론회 『요양보호사의 늪』이 진행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김진수 교수. / 장세곤 기자

토론회 발제는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장·조추용 가톨릭꽃동네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먼저 최경숙 센터장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한국이 심각한 '돌봄 위기'를 겪을 것임을 역설하며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장래에는 다수의 노인이 적합한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센터장은 "2030년 국내 요양보호사는 11만명 이상 부족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존 논의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부족을 야기하는 원인은 열악한 노동조건 및 처우, 신체·정신 건강 악화와 인권침해 등으로 알려졌다.

최 센터장은 여기에 낮은 임금 수준과 고강도의 노동, 업무 범위 초과, 고용 불안정 문제 등이 요양보호사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조추용 가톨릭꽃동네대학교 교수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장기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조 교수는 '스마트 돌봄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가 시급함을 강조하며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요양보호사협회 설립을 시급한 과제로 봤다. 요양보호사협회가 만들어지면 요양보호사가 일자리를 구하기도 쉬워지고 임금 및 처우 개선 협상에서도 유리하리라는 의견이다.

요양보호사협회는 요양보호사를 길러내고 그 자격을 관리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력풀을 구축하고 경력 인증과 실습 관리를 원활히 한다면 요양보호사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토론회에 열중하고 있는 참석자들 /장세곤 기자

요양원 "자율 경영 믿어줄 시점"
학계 "상위 자격 제도 마련해야"
종사자들의 특징 이해 우선돼야


이어진 토론에는 정영숙 에덴노인전문요양센터 요양보호사·박영숙 복바다방문요양센터 요양보호사·나송 사랑드림 원장·김정은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임정빈 성결대학교 교수·남현주 가천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정영숙·박영숙 요양보호사는 일선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나이트 근무를 하고 왔다는 정영숙 요양보호사는 지난밤 의사와 간호사가 없는 상황에서 한 수급자를 급박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고 밝혔다. 정 요양보호사는 그 상황에서 판단 내리고 책임질 사람이 자신뿐이었다면서 "(근무 중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박영숙 요양보호사는 4년간 직접 경험한 '좋은 요양보호'와 '나쁜 요양보호' 사례를 소개하며 '수급자는 즐거움을, 요양보호사는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안과 수급자 대상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 보호시설 측은 근로 시간 총량제 및 추가 교육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송 사랑드림 원장에 따르면 근로 시간 총량제가 시행되어야 돌봄 서비스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

현행법안에 따르면 요양 보호시설 측이 소속 요양보호사에게 추가적인 교육을 듣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나 원장은 "교육을 진행할 때는 추가 수당이 발생한다"면서 "지속적인 교육이 있어야 질 좋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부담은 오롯이 시설이 지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나 원장은 또한 보건복지부 등의 기관이 개별 요양 보호시설의 돌봄 서비스 체계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시설을 운영한 지 20년이 돼간다는 나 원장은 "맡겨주시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환수'라는 채찍으로 시설을 못살게 구냐"라면서 "직영 못 하실 거면 자율 경영에 신뢰를 가져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양보호사 전문성 제고를 강조한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교수

이에 관해 전문가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과 실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의 개호복지사 제도와 국내 요양보호사 제도를 비교하며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향상 방안으로는 독자적인 학문 분야를 구축하고 요양보호사 상위 자격 제도의 신설이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요양보호사의 특수성 분석과 그에 맞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전문가도 있었다.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직업은 60세가 되면 정년퇴직하는 데 반해 요양보호사는 나이가 많을수록 이탈률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나이가 많은 요양보호사에게) 적합한 업무 강도와 필요 기술에 관한 과학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남 교수는 요양보호사 임금 체계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며 "수가는 올리되 (그러면) 건강보험료가 더 필요해질 테니 국민을 잘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