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지역화폐 예산안 쟁점 첨예···여야, 밀실 증감 우려

윤재옥 "野 독단적 예산심사" 홍익표 "與, 논의 회피 말라"

2023-11-27     이상무 기자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 시한을 닷새 남겨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소소위는 비공개회의에 속기록도 남지 않아 매년 반복되는 '밀실 심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법상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지난 13일부터 9일간 이뤄진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에서는 감액심사만 하고 증액 심사는 시작하지도 못했다.

국회 증액 요구는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서 9차례 실시된 예결위 소위에서 확정된 감액 규모는 약 6100억원에 그쳤다. R&D,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공적개발원조(ODA), 원전·신재생에너지, 지역화폐 등 쟁점 사안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00억원, 청년패스 예산 2923억2000만원을 단독으로 증액한 상태다. 정부가 전년 대비 대폭 줄인 새만금 SOC 관련 예산도 민주당 주도로 증액됐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예산이 '이재명표' 예산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상태다.

여야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내 소위원회(소소위)' 가동을 시작했다. 예결위원장인 서삼석 민주당 의원,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강훈식 민주당 의원,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등 소수 인원만 비공개로 참여한다. 국회법상 근거가 없고 속기록을 남기지 않아 '밀실 심사', '쪽지 예산' 등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소소위가 관행적으로 구성되고 있다.

쟁점 예산을 두고 정치적 타협이 이뤄질 경우, 여야가 서로 총선용 예산 증액을 눈감아주는 '짬짜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실세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기 지역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한 '쪽지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 처리를 거론하고 있지만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기국회 회기인 12월 9일 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예산 국회인데 민주당이 이동관·검사 탄핵안을 밀어붙이려는 모습을 보여 난항이다.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야당이 독단적 예산 심사를 벌이는 건 '대선 불복'이라고 비난했고, 야당은 예산과 법안 심사 요구를 피하는 건 오히려 여당이라고 맞섰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예산안 논의를 회피하지 말고, 실질적 내용을 마련한 다음 제시해 협의해 주기 바란다"며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피해 도망 다니면서 구체적인 요구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야당으로서 역할을 넘어 국회에 따로 이재명 정부를 차리겠다는 대선 불복 정신이 반영된 거 같다"며 야당의 입법 폭주 중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