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한 부모님도 요양보호사랑 여행 간다···日 '간병 여행' 인기

요양보호사·물리치료사 동행 휠체어 탑승 전용 차량도 제공

2023-11-26     김현우 기자
개호보험을 활용한 보험 수급자 여행 지원 서비스. 개호복지사가 수급자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 김현우 기자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환자를 위한 간호 인력이 동행하는 여행 프로그램 상품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위치한 여행사 '아이치'는 개호보험을 이용하는 고령 환자와 함께 개호복지사(요양보호사)·물리치료사 등 개호 전문가가 2명 이상 여행에 동행하는 여행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요금은 1인당 2만2000엔(한화 22만원)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신청할 수 있다. 평소 재가 혹은 시설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본 수급자가 식사·1인실 이용 등 비급여 서비스에 평균 3만 엔(한화 30만원)을 지출한다는 점(2021년, 후생노동성 발표 자료)을 감안하면 1박 2일 여행 시 평소 지출 비용을 여행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지가 지난 20일 일본 현지에서 직접 도요타시를 출발해 니시오시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당일치기 개호 투어(간병 여행)에 동행했다.

아침 8시. 개호복지사를 태운 벤 한 대가 수급자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이날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테시마 미에코 씨(여·71)는 10여 년 전 파킨슨병에 걸려 온몸이 조금씩 떨리는 증상을 앓고 있지만, 병에 걸리기 전 여행을 워낙 좋아해 이번 여행 상품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호보험 수급자인 테시마 미에코 씨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탑승한 모습. /김현우 기자

테시마 씨의 남편인 분시오 씨(남·76)는 "아내가 아프기 전엔 거의 매달마다 국내 여행을 다녔다"면서 "병에 걸리고 나서부터 거동이 불편해지니 여행을 포기하고 살았는데, 전문 요양 인력이 동행하면서 돌봐주니 거동이 불편해도 여행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전했다. 

이날 당일치기 여행에 참여하는 또 다른 개호보험 수급자인 미시로 치구사(여·71세) 씨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어렵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미리 준비한 휠체어 전용 차량이 있는 데다, 전문 간호 인력과 개호복지사가 동행해 여행이 어렵지 않게 됐다. 

미시로 씨의 남편 가라 씨(남·68)는 "간병 투어가 가능하니 너무 행복하다. 꿈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여행사 소속 물리치료사인 스즈키 요헤이 씨(남·48)는 "제 아버지도 여행을 좋아해서 평소 자주 외출하셨다"면서 "그런데 최중증 치매로 악화하면서 몸을 가누기 힘들게 되자 우리 가족에겐 아버지와 함께하는 여행은  다신 없을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에서 개호보험을 활용한 여행상품이 개발되어 최근에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왔다.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개호보험 수급자들이 개호복지사와 함께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김현우 기자

여행에 사용되는 차량 그리고 인력은 모두 재가·시설에서 근무하는 인력이다. 서비스 이용자도 모두 재가 혹은 시설 입소자다. 이용료는 비급여로 충당한다.

아이치 대표 타우치 쇼헤이 씨(남·61)는 "매월 이용하는 비급여 항목 중 치매 치료 프로그램 비용 혹은 식사나 1인실 사용 비용 등을 계산해 보면 1인당 평균 3만 엔(한화 30만원)은 지출하게 된다"면서 "하루 혹은 1박 2일 여행을 떠날 때는 비급여 항목을 이용하지 않으니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이 비용을 여행 서비스로 쓴다면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 가족들과 이동에 불편함 없이 전문 인력도 동행할 뿐만 아니라 추억을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시 관계자는 "여행 상품 비급여 항목을 시가 지원해서 분기별 한 번 이용이 가능하게끔 급여화를 추진 중이다"면서 "요양원이나 집에서 창문만 바라보며 외출하기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생에 가족들과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은 지자체가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