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왕 한장협 회장 "시민 볼모 삼는 전장연, 국민께 사과해야"

"거주시설 비하 즉각 멈춰야"

2023-11-21     김현우 기자
지난 5월 17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 장애인시설 4개 단체가 경기도의회의 탈시설 지원 조례안에 대해 반발 성명을 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시설을 감옥이라고 표현하며 시설 거주 장애인 모욕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해야."

최근 정부의 내년도 '탈시설 시범사업' 예산 삭감을 두고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거주 시설 다양화'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비하하고 시민을 볼모로 삼아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전장연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전했다. 

이날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한장협)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전체 장애인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님에도 장애인 전체 권익을 대변하는 양 불법적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전장연 이익만을 위해 지하철 시위로 시민을 볼모로 삼고 있고, 돌봄이 있어야 하는 장애인을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을 자신들만을 위한 예산으로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장협은 일반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중증 및 최중증 장애인을 위한 국내 장애인거주시설을 대표하는 협회다. 한장협 측은 지난 2021년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0년 내 국내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탈시설 법안'이 발의된 이후 줄곧 '장애인에게도 거주 시설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온 장애인복지시설 단체다. 

앞서 박경석 대표는 지난 17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와 주간경향이 공동으로 기획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을 통해 정부의 내년도 장애인 예산 편성과 관련 '탈시설 시범사업 예산'이 감액된 부분에 대해 비판했다. 정부는 내년 탈시설 시범사업 예산에 59억8200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장애인 거주시설에는 약 6695억원을 편성했다. 전장연은 이 예산안을 두고 '수용시설 감금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한장협 측은 '예산 증가 폭으로 본다면 활동 지원사업 예산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지원 예산은 2015년 4280억원에서 2023년 6346억원으로 48% 증가했다. 반면 전장연 측이 주로 참여하는 활동 지원사업 예산은 2012년 2286억원에서 2023년 1조9919억원으로 771% 늘었다. 

한장협에 따르면 2023년 정부예산 중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지원(지방비 포함)과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을 기준, 장애인 1인 년간 지원액을 비교해 보면,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장애인은 1인당 4260만9043원, 장애인 활동 지원 이용장애인은 1인당 1억3639만3200원으로 9378만4157원의 지원액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1일 24시간, 1년 365일 장애인이 이용하는 곳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 1인 지원금 계산 시 시간당 단가를 24시간 365일로 적용 계산한 결과다.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과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 비교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장협 측은 "2015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일률적으로 활동 지원 인력의 근로 시간에 따른 총수입의 25%를 활동 지원기관이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활동 지원기관 지원 방식의 적절성 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면서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활동 지원기관이 급여비용 중 활동 보조인 급여(약 75%)를 제외한 부분을 수입으로 인식해 임의 수당을 신설·지급하거나, 수익금 활용 범위 위반 등 활동 지원기관의 불투명한 회계 관리를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헌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UN장애인권리협약 등에서는 장애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면서 "시설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거주 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이라 정의한다(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1호)"며 "비장애인이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듯이 장애인도 당사자가 거주 형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장협 측은 "국회에서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 및 선택의정서에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거주 선택권 등에 관한 규정은 있으나 탈시설과 시설 폐쇄 등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서 "2021년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의 국가별 사례연구(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연합(EU) 국가의 거주시설 운영 여부 확인 결과 스웨덴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시설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어디에서 누구와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 누구도 강제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자기 결정권 및 선택권, 거주의 자유 제한·박탈·구속하거나 권리 등의 행사로부터 장애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시설 거주든 지역사회 거주든 장애인 자신의 필요와 욕구, 특성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석왕 한장협 회장은 "탈시설은 장애인의 선택에 기반한 다양한 거주 공간에서 살 권리를 담보하지 못하는 개념으로 어떠한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며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기에 강력히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비하하고 시민을 볼모로 삼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전장연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앞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은 거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의 선택과 욕구에 준하여 다양화 및 특성화로 변화·발전하여 이용장애인의 삶을 보다 온전히 지원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 당사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더욱 진정성 있고 성숙한 자세로 지혜를 모으는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