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병뚜껑', 주얼리로 다시 태어나다

세계 최초 업사이클 주얼리 "지구를 위해, 우리를 위해" 병 뚜껑 보내면 할인해줘

2023-11-20     허아은 인턴기자
알록의 업사이클 주얼리 공정 과정을 설명하는 최명식 나라 대표 /허아은 기자

쓰레기통 속 페트병 병뚜껑이 장신구가 된다면 어떨까. 주얼리 매대 위 아름답게 빛나는 귀걸이가 알고 보니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면. 전 세계가 플라스틱 발 환경 오염 줄이기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패션 주얼리를 취급하는 국내 한 업체가 폐플라스틱을 가공한 '업사이클' 주얼리 개발에 성공했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내 패션 주얼리 업체 '나라(NARA)'는 최근 업사이클 주얼리 브랜드 '알록(alloc)'을 론칭하고 '펜타곤 이어링'을 개발 및 출시했다. 펜타곤 이어링은 볼드한 오각형 귀걸이로 대리석처럼 물결무늬를 띠며 색상은 다양하다.

다른 주얼리와 비교할 때 손색없는 이 귀걸이는 사실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만들어졌다. 최명식 나라 대표는 "처음 선보이는 업사이클 주얼리라 눈에 잘 띄게끔 크게 디자인했다"며 펜타곤 이어링을 소개했다. 이어 최 대표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주얼리를 만들어 낸 것은 우리가 최초"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폐플라스틱이 귀걸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 과정과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나라는 2007년부터 주얼리를 제작해 판매해 온 기업으로 주얼리를 디자인하고 다듬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이에 관해 "많은 사람이 각자의 방식대로 환경 보존을 실천 중일 텐데 주얼리 기업은 업사이클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여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나라의 업사이클링에는 어려움도 따랐다. 최 대표는 "병뚜껑은 보통 아무 데나 버려져 있기 마련이라 수집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며 "병뚜껑 수집이 끝나고서는 까다로운 세척 과정을 거쳤다. 그래야만 공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제작 초기를 회상했다.

딱딱한 병뚜껑을 잘게 부수고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든 뒤 펜타곤 형태의 금형에 부어 모양을 잡는 과정 역시 녹록지 않았다. 특히 플라스틱을 녹일 때는 유해한 가스가 나오기 쉬워 섬세한 온도 조절이 요구된다. 액화된 플라스틱을 정확한 타이밍에 금형에 붓지 않으면 원하는 모양대로 굳지 않았으므로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

몸을 치장하는 데 사용되는 주얼리를 '일회용 쓰레기' 병뚜껑으로 만든 것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폭염과 폭우를 겪으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꼈고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소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알록의 업사이클 젬 /허아은 기자

소비자가 지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알록의 업사이클 젬은 푸른색과 초록색, 흰색을 섞어 배치했다. 최 대표는 "업사이클 주얼리에는 소재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업사이클의 의미 역시 담겨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며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록은 제품이 고객의 손에 놓일 때까지 친환경을 실천한다. 제품 포장 시 최소한의 포장재만을 사용하며 이는 모두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다.

알록은 소비자가 직접 업사이클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병뚜껑 수집 서포터즈 '알로카시안'을 모집하고 있다. 병뚜껑을 모아 보내면 알록의 제품을 할인받아 구매할 수 있다. 이에 최 대표는 "작은 행동이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