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제일 예쁜 옷을 입고 가장 두려운 치매를 이야기하다

[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즐겁기만 할 것 같은 모임의 주제는 이번에도 연로한 부모님의 간병과 가족들의 대처로 이어졌다

2023-11-20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그러고 보니 한껏 차려입었다. 이제는 명절이나 친지의 결혼식에도 거의 입지 않는 한복을 정성스레 입고 무슨 얘기를 심각하게 나누는 걸까?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치매'를 이야기하던 날 /그림= 홍미옥, 갤럭시탭s6

부쩍 추워진 요즘, 서울 북촌의 골목골목엔 각양각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심심찮게 오고 가고 있었다. 단아하고 품위 있는 디자인보다는 SNS에 맞춤인 다양한 모양새의 한복이 주를 이뤘다. 그런 현상에 불만인 이들도 있겠고 그렇게나마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것이 다행이라는 측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코로나로 위축됐던 관광지로서의 북촌이 활기를 찾은 듯 보여 좋았다.

곱게 차려입은 중년 한복 군단(?)의 대화는···

어찌어찌해서 단체로 한복을 입게 되었다. 결혼식 혼주 한복을 입을 날이 먼 얘기만은 아니지만 사랄라 바스락거리는 옷감과 고운 색의 매력에 다들 아이처럼 신이 났다. 하지만 이 나이를 먹고도 한복 입기는 어색하기만 했다. 겹겹이 갖춰 입은 속옷 덕에 땀을 흘리다가도 살짝 부는 바람에 소슬한 추위를 마주치기도 한다.

사실 한복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제일 아름답고 이쁜 한복을 입은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불안한 노후의 치매, 즉 유병장수가 그날의 주제였다.

또래의 지인이나 친구들의 모임에 의례 빠지지 않는 대화는 '고령화 시대'와 '치매'다. 전문가도 아니고 거기에 대한 기초지식도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언제나처럼 대화의 끝은 연로한 부모님 케어와 유병장수라는 키워드다. 모두 8090대의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연령대이고 보니 예민할 수밖에 없다.

내 경우만 해도 90세 노모의 주 1회 반찬 만들기가 최대의 숙제다. 거기에 더해서 행여 넘어져 고관절이라도 상하게 되는 날이면 영락없이 요양병원행이니 혼자 외출은 안 된다며 노모를 겁박(?)하는 일이 다반사다.

막상 위와 같은 일이 닥친다 해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걱정을 안고 사는 중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로서는 마땅한 준비도 지식도 전무한 게 사실이다. 그저 답답함을 털어놓고 미리 걱정하는 게 전부일 뿐이다.

비록 폭풍우 속의 작은 비닐우산이라 해도

고용복지센터에서 발급하는 내일배움카드로 내게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사진=홍미옥

 

하지만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다. 맞닥뜨릴 현실에 대비할 작은 준비라도 하는 게 최선이다. 그날 부모님들의 건강과 다가오는 우리들의 미래를 걱정하던 우리의 대화는 재가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취득까지 나아갔다.

혹여 부모님께 안타까운 일이 닥친다 해도 의료기관이나 비용을 들여 재가요양을 하면 된다는 게 그동안의 생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작 연로한 어머님을 걱정하면서도 노인 요양 등급이니 요양보호니 이런 건 도통 모르는 무심함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실행에 나섰다. 다음날, 집 가까운 고용복지센터를 찾아갔다. 아직 장기 요양 등급을 받지 않은 부모님이 계신다면 건강보험공단부터 방문해야 한다.

가까운 센터에서의 상담이 첫 번째 관문이다. /사진=홍미옥

공공기관을 찾을 때면 막연하게 드는 주저함이 있었는데 담당자의 친절함과 세심함에 편하게 상담할 수 있었다. 한가득 설명서를 받아 들고 돌아오는 길은 이미 걱정보단 안심이 앞서 있었다.

내일배움카드로 요양보호 등등 국비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비 교육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행정 스타일답게 일사천리로 시원하게 진행된다. 벌써 내일배움카드가 내 손에 들어왔다.

흔히들 노인은 딱 두 부류로 나뉜다고들 한다. 집에 있는 노인과 병원에 있는 노인! 고령의 1인 가구가 늘어나지만 자녀가 부모를 전적으로 돌보기는 힘든 현실이고 보면 사회의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의 작은 비닐우산이라도 준비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를 것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