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 거주 시설 다양화 정책' 확대···내년 '탈시설 예산' 전액 삭감
오세훈 "탈시설, 장애인 본인이 결정해야" 시설 연계 자립생활 지원사업 예산 삭감 "올바른 정책" vs "자립생활 경로 막혔다"
서울시가 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정책 핵심인 '거주시설 연계 자립생활 지원사업' 예산 18억9991만원을 내년 전액 삭감했다고 밝히면서, '장애인 거주 선택권을 다양화 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계획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의 기본사업인 '탈시설 자립지원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거주시설 연계사업의 2024년 예산 18억9991만원을 최근 전액 삭감했다. 이 사업은 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 거주시설을 연계해 장애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탈시설 이후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2013년부터 시행되어 왔다.
서울시 측은 비슷한 성격의 사업을 통합하기 위해 예산 삭감을 감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장애인 탈시설은 장애인 본인이 자율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탈시설 반대' 입장을 시가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때문에 장애인 단체에선 '거주시설을 다양화 해야 한다'는 입장과 '장애인 자립 생활 경로 자체가 막혔다'는 입장 간 대립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21일 유럽을 출장 중인 오 시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무스보어바이 쉬드(Musvagevej Syd)’ 장애인 거주시설을 둘러본 뒤 "재원이 허락한다면 탈시설은 장애인 본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탈시설은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나와 공공주택이나 자기 집 등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는 탈시설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서울시는 장애인의 선택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도모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장애인거주시설연계사업 예산이 내년(2024년)에는 전액 삭감”되는 바람에 “전담인력 55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것은 물론 시설거주장애인은 자립생활 경로가 막혔다"고 호소했다.
이어 "서울시는 ‘2019년 거주시설 연계 장애인자립생활 지원사업 개선계획’을 통해 거주시설 연계를 통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기본사업화’를 발표할 정도로 사업의 효과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지난해에는 2024년까지의 3년 계획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사업 폐지 이유가 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다만 시설 업계에선 '장애인 거주시설 다양화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일반인은 집을 구할 때 원룸, 기숙사, 주택, 아파트 혹은 매매, 전세, 월세 등 거주 선택권이 기본으로 주어진다"면서 "그런데 장애인이 시설에 거주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탈시설'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중증 장애인은 24시간 전문 인력의 돌봄이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 실제로 시설로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시설 입소 대기자들이 일반 가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며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이 필요한 장애인이 있는 반면 시설 거주가 필요한 장애인도 있다. 즉 무조건적인 탈시설 정책이 아닌 거주시설 다양화 정책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시설이 아닌 부모님 집이나 혼자 사는 집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장애인은 47.1%로 조사됐다. 2022년까지 서울시에서는 연평균 약 100명의 장애인이 자립을 선택했다.
반면 자립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화 추진계획' 현황에 따르면 탈시설 장애인 약 30%만 시설 독립 후 자립했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시는 1·2차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를 추진했다. 2차 추진 현황(2018~2021년)을 보면 총 1178명이 시설을 떠났다. 다만 이 중 338명이 자립했고 764명은 △연고자 인도 △타 시설 전원 △사망 등을 이유로 탈시설에 사실상 실패했다.
시설 입소 대기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입소하지 못한 장애인이 전국에 1223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한 해 동안 시설 입소 대기자는 195명, 2020년엔 508명, 2021년 843명, 2022년 1056명, 2022년 6월 기준 1223명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설 입소 대기자는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