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기요금 계속 억누르나···증권가, 내년 4월까지 동결 전망

3분기 반짝 흑자 불구···4분기엔 또 적자 판매단가 구입단가 차이 최소 20원 돼야 탈원전 백지화 명분 구조조정 효과 미미

2023-11-14     이상헌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윤중초등학교에서 열린 여름철 냉방비 지원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한국전력이 10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내년 총선 이후에나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결국 총선 전까지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고집이 누적 적자 200조원을 돌파한 한전 정상화의 최대 변수가 된 셈.

14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성종화 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내년 5월부터 2025년까지는 정치적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시기라 의미 있는 수준의 요금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한전의 영업손실 해소를 위한 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적자 누적을 감내하면서도 요금 인상을 막아온 정부·여당 기조를 볼 때 총선 전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증권가에서도 지배적이다.

한전 3분기 연결 영업실적은 매출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한 24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1조9966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익은 예상대로 10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흑자 규모는 시장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를 대폭 상회했다.

이번 3분기부터 영업손익이 흑자로 전환한 것은 성수기에 따른 분기 대비 15% 판매량 증가와 분기 대비 10%의 평균 판매단가 상승 영향이 컸다. 반면 발전자회사 발전 연료비 및 민간 발전사 전력 구입비는 각각 분기 대비 8%, 4% 상승하면서 매출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다만 이런 패턴이면 성수기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일 경우에만 한전의 흑자가 가능한 상황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유가 등이 다시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높게 형성된 4분기 적자 전환은 불가피해졌다.

한전의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성 연구원은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2조4093억원, 영업손실은 1689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재차 과도기적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발전자회사 연료비, 민간 발전사 전력 구입비는 더 이상 추가적인 안정화 기대가 제한적인 가운데 비수기 영향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요금 동결을 4분기 적자의 주원인으로 평가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을 탈원전 정책 소홀의 문제를 들어 경질하고 지난 8월 원포인트 개각으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을 새롭게 임명했다.

당초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올 1분기에는 전기료를 kWh당 13.1원 인상하고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만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 적자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정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철규 전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 전 전기료 두 자릿수 인상 금지를 못 박고 한전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반면 데이터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한전의 재무 상황 악화의 주요 요인이었던 것을 보여준다. 한전에 따르면 3분기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단가는 kWh당 145.9원이었는데 판매단가는 이보다 14.57원 높은 kWh당 160.47원이었다. 2분기 전력 판매단가(145.48원)와 구입단가(133.4원)의 차이(12.08원)보다 더 벌어지면서 송·배전망 투자 등 기타 비용을 반영해도 흑자 전환이 가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산업용(을)에 한해 kWh당 평균 10.6원(6.9%) 인상했지만, 그 결과 이달부터 내년까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정이 이번 흑자 전환을 내년 4월 총선 이전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명분으로 삼을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도 이러한 데이터 때문이다. 또 김동철 한전 사장이 한전KDN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특단의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부·여당이 요금 억누르기 기조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탈원전 백지화를 명분으로 하는 구조조정이 재무구조 개선에 얼마나 도움 될지도 미지수다.

한전 관계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유가와 환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흑자 지속은 불투명하다"며 "전력 판매단가와 구입단가의 차이가 최소 20원 이상은 벌어져야 안정적으로 흑자 지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