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전국 기승, 왜 못 잡나···대체 살충제 8종 도입 효과는

‘디노테퓨란’ 1년간 승인 가정용은 유해 우려에 제외 "물리적 방제가 우선되어야" 테마주, 상승·하락하며 들썩

2023-11-10     이상무 기자
쪽방촌 빈대 방제 작업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빈대가 출몰하는 가운데 정부가 대체 살충제를 긴급 사용 승인했다.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빈대를 방제하는 조치인데 전문 방역용 제품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함부로 활용하면 안 된다.

10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질병관리청 요청에 따라 모기·파리·바퀴벌레를 잡을 때 사용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디노테퓨란) 8개 제품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 최근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는 빈대는 기존 살충제인 ‘피레스로이드 계열’에 대해 저항성과 내성을 보여 방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긴급 승인된 8개 제품 목록은 질병청 '빈대정보집'과 과학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 방역업자만 사용할 수 있고 승인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가정용 살충제는 이번 긴급 승인에서 제외됐다. 과학원은 보호장구 없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에 대한 엄격한 안전성 검증에 착수했다.

빈대는 전 세계에 90여 종 있으며, 이 중 3종은 사람 피를 빨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컷 한 마리가 하루에 5~10알 정도를 낳아 번식력이 크다. 서식 장소는 거주지, 호텔, 학교, 사무실, 여행 가방, 옷 등이며 꽉 잡고 안 떨어지므로 여기저기로 확산이 용이하다.

빈대는 세대교체 주기가 짧아 살충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알에서 깨어나 성충이 되기까지는 한 달밖에 안 걸린다.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다는 의미다.

전문가는 이번에 도입된 대체 살충제의 효과가 제한적이며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다른 퇴치 방법에 보완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내놨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디노테퓨란은 빈대 신경세포에 있는 '리코틴성 아세티콜린 수용체'에 영향을 줘서 근육 수축 같은 것들을 방해해서 죽이는 것"이라며 "피레스로이드 계통은 비슷하게 신경세포 나트륨 이온 채널에 관여해 근육 수축이 안 일어나게 해서 마비시켜 죽이는 데 내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충제가 너무 과도하게 실내에서 살포되고 오·남용 되는 것들을 신경 써서 관리해야 된다"며 "우선적으로 청소기를 이용해서 빨아들인다든지, 고열로써 제거한다든지 하는 물리적 방제가 충분히 이뤄진 후에 살충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한 최근 지자체에서 학교 등 우선 필수소독시설에 소독 권유 공문을 발송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선제적으로 조치한다고 살충제를 뿌려놓을 경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혀 빈대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그런 실내에 살충제가 오·남용 됨으로써 가습기 살균제처럼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그런 행위를 당국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위생 취약 시설 빈대 방제 비상 /연합뉴스

앞서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빈대 살충에 △피레트린 △피레스로이드 △건조제 △생화학 △피롤 △네오니코티노이드 △곤충 성장 조절제 등 7가지 성분을 권고했다. 

건조제는 실리카겔의 규소나 붕산을 지칭하는 것으로 빈대의 밀랍 보호 외부 코팅을 파괴하여 작동한다. 이 코팅이 파괴되면 빈대는 천천히 탈수되어 죽는다.

생화학 물질은 냉압착 님 오일로서 살충 및 약용 특성을 지닌 다양한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다. 피롤은 클로르페나피르 성분으로 빈대 세포의 특정 기능을 방해하여 죽게 한다. 곤충 성장 조절제는 곤충의 외부 껍질 생성을 변경한다. 빨리 발달하도록 하는 조절제도 있고 발달을 중단하는 조절제도 있다.

빈대는 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죽는다고 알려졌다. 가정에서의 살충 방법으로는 빈대 전용 스팀기로 자주 침대, 매트리스, 베개, 인형 등에 30초 이상 밀어주어야 한다. 빨래할 때 침대 시트나 이불, 베개 커버는 최소 60도 이상으로 세탁하고 건조기는 뜨겁게 30분 이상 돌려야 알들까지 죽는다. 

한편 빈대 확산에 살충제 테마주가 상한가를 찍는 등 주식시장에도 영향이 미치는 상황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경농의 주가는 전날보다 0.07% 오른 1만3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52주 최고가를 경신한 경농은 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경농은 대체 살충제로 언급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관련 살충제 '모스피란'을 판매하고 있다.

살충제·해충기피제를 취급하는 경남제약(2.52%↑), 대성미생물(4.78%↑) 주가도 강세였다. 빈대에 물리면 쓰이는 연고 성분인 항히스타민제를 위탁생산하는 동구바이오제약의 주가도 2.25% 상승 마감했다.

다만 이런 단기 차익을 노리는 테마주는 변동성이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가총액 1000억원을 밑도는 소형주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살충제 제조업체 인바이오는 지난 7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51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현재 주가는 4575원까지 떨어졌다. 동성제약도 같은 기간 7340원에서 6380원으로 주가가 13.0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