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MB식 물가 잡기···총선용 통제에 식품업계 '울상'

라면·빵 등 품목 공무원 전담 관리 전체 소비자 물가 2.4% 비중 불과 총선 이후 가격 상승 부작용 우려 野 "대통령실이 허리띠 졸라매야"

2023-11-07     이상무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할인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TF를 가동해 밀착관리를 추진한다.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한 품목을 전담해 안정화한다는 것이지만, 총선을 5개월 앞둔 단기적 억누르기식 대책에 식품업계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3.37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늘면서 올 하반기 들어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3% 오른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8월 3.4%, 9월 3.7%에 이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 추세 속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대외여건 악화와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생산성 저하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물가 잡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정부의 당면 과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시민을 만난 자리에서 "서민들의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이 감소되고 위축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어를 일단 해야 되겠다"고 밝혔다.

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 라면,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7개 품목을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달 26일 외식업계에 “전사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정책과 산하에 '물가안정 현장대응팀'을 신설해 팀장급 서기관 1명과 사무관 1명을 배치했다. 지난 2일 첫 현장으로 충남 아산시의 달걀 공판장을 찾아 달걀 물가와 수급 현황 등을 점검했다. 해수부도 명태·고등어·오징어·갈치·참조기·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6종과 천일염 등 모두 7종을 집중 관리한다.

이런 방식은 11년 전 이명박(MB) 정부 시절 정책과 유사하다. 2012년 당시 정부는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에게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당시 농식품부 먹거리 물가 관리 대상은 쌀, 배추, 고추, 마늘, 양파,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가공식품이었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정책의 효과는 있었다. 2012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내려가더니 2월 3.0%, 3월 2.7%로, 4월 2.6% 내려가 안정화됐다. 이어진 19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다른 품목은 놔두고 먹거리 위주로 7개 품목을 통제한다는 기준이 어떻게 나온 건지 의문"이라며 "총선 끝나면 한꺼번에 가격이 올라가는 부작용은 국민이 부담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가 집중 관리하기로 한 7개 품목은 전체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스낵 과자·비스킷 포함)에 불과하다. 의류 및 신발 물가지수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8.1%로, 빵 및 곡물(6.4%)보다 더 많이 올랐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보기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물가에 서민들은 먹을 것을 한 번 덜 먹고, 입을 것을 한 번 덜 입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특수활동비 예산이 3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국민이 아닌 대통령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