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신이 된 바이든 행정부, 하늘에서 미 국채가 쏟아진다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끊임없는 국채 발행 재정 부담은 가중 매파적 연준 국채 흡수 안 하니 금리↑ 10년물 고금리에 파월의 ‘안일한 동결’ 재정적자 지속 시 채권 금리 급등 우려

2023-11-06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대부분의 정부는 마치 자신들이 신이나 된 듯이 재정을 펑펑 써 선심을 베풀려고 한다.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채권시장의 독재자다. 채권가격과 금리가 연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춤을 춘다. 2년 이하 만기의 단기채권 수익률은 연준의 기준금리에 좌우된다. 10년 이상의 장기채권 수익률도 연준의 채권 보유 의지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에 소요되는 재원은 우선 조세를 통해 충당된다. 개인 샐러리맨이 내는 개인소득세와 기업이 내는 법인소득세 그리고 수입 물품에서 거둬들이는 관세 등이 연방정부의 주된 수입원이다. 경제가 성장해 월급이 오르고 기업의 이익도 늘어나면 조세수입도 증가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조세수입 안에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재정을 지출하면 그 정부는 빚을 낼 필요가 없다. 균형재정 그리고 건전재정 하에서 정부는 씀씀이를 줄여 빚을 낼 여지를 줄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는 마치 자신들이 신이나 된 듯이 재정을 펑펑 써 선심을 베풀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집권 세력이 국민을 위해 놀지 않고 뭔가 하는 듯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유권자의 인기와 지지를 얻어 선거에서 이기고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현재 국가가 당면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정부가 쓰는 돈의 규모가 정부가 벌어들이는 조세수입의 규모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가계든 기업이든 정부든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재정에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고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린다. 만약 정부 재정이 균형을 이뤄 기업만 채권을 발행한다면 채권이 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다.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채권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부가 등장해 천문학적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채권시장에 내놓기 시작하면 회사채 발행은 죽을 쑤게 된다. 국채의 위험도가 회사채보다 낮아 투자자의 투자 대상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채 가격은 보다 싸지고 회사채 금리는 더 상승하게 된다.

국채의 이런 구축효과(crowding effect)는 나랏빚이 큰 국가일수록 더 심각해진다. 나랏빚의 규모가 1년간 국내총생산인 GDP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일본이나 100퍼센트를 상회하는 미국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런 나라에서 회사채 시장이 그나마 작동하게 하려면 누군가 국채를 사줘서 회사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ank of Japan)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족족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해서 채권의 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으려고 한다. 장기채권을 사들여 장기금리를 오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도 일정 범위 내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이를 수익률곡선 통제(YCC, yield curve control)라 한다.

최근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예전보다 많이 높아진 수준인 1% 아래로 묶겠다고 한걸음 물러서긴 했다. 생각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무조건적인 저금리 유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국채의 시장 실세금리가 실질경제성장률에 의존하는 실질 구매력 증가율과 기대인플레이션율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실질경제성장률은 3%를 넘었고 인플레이션율도 3%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1%의 금리는 인위적으로 낮게 조성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사정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그런데도 조세수입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국채 발행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자 비용도 덩달아 커지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모기지 금리와 기업의 회사채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중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되게 된다. /AFP=연합뉴스

최근의 장기국채 금리 급등은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모기지 금리와 기업의 회사채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시중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일본은행이 하듯 연준이 채권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여야 한다. 그런데 연준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양적 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 정책을 통해 만기가 된 보유 채권을 차환 매입하지도 않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연준이 보유한 채권 규모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줄어든 채권 규모만큼 민간경제에서 유통되는 돈의 양도 줄어든다. 경제 내 유통화폐의 총량(M2)이 감소하는 이례적 현상이 발생한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돈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적인데도 말이다.

연준이 이렇게 양적 긴축을 가동한 것은 최근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0월부터 2019년 8월까지 QT를 가동한 적이 있다. 그 여파로 2018년 하반기 금융시장에는 일대 회오리가 불었다. 채권금리는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총통화량은 상승추세를 지속했다. 1980년대 초 이래 전년 대비 M2 통화량이 감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총통화량은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현재 총통화량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상태다.

연준이 보유 자산을 전년 대비 11%나 줄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국채 발행이 급증하는 와중에 연준마저 보유 자산을 줄이면 국채 가격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장기 국채금리는 최근 몇 개월간 1.5% 포인트나 급등했고 주가는 하락했다.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한 발언이 기폭제가 되면서 국채금리는 5%에서 4.7% 아래로 급락했다. 바이든 정부의 큰 폭 재정적자가 지속될 경우 장기채권의 공급도 다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EPA=연합뉴스

그런데 11월 1일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한 발언이 기폭제가 되면서 국채금리는 5%에서 4.7% 아래로 급락했다. 주가는 급등세를 탔고 국제유가는 크게 내렸다. 달러화도 하락했다.

파월 의장이 작년 3월 이래 유지돼 온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 지점에 가까웠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준이 더 이상 단기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단기금리의 평균인 장기금리가 그렇게 높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은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최근 장기금리가 올랐기 때문이었다. 장기금리가 올라서 단기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았는데 단기금리가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큰 폭 하락한 셈이다. 뭔가 논리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과연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어떻게 될까?

장기금리의 지속적 하락은 채권시장의 랠리와 더불어 주식시장의 상승 그리고 주택시장의 상승까지 견인한다.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부(富)의 효과가 작동하면서 소비가 죽지 않게 된다. 이는 결국 현재의 강한 고용시장과 경제성장률의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연준은 긴축의 고삐를 더 죌 수밖에 없다. 시장이 예측한 대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고금리가 장기화, 고착할 가능성만 커진다. 바이든 정부의 큰 폭 재정적자가 지속될 경우 장기채권의 공급도 다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단기 금리가 모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결국 기업의 현금 유동성 고갈과 여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계의 빚 부담도 지속적으로 커진다. 미국 경제가 침체로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게 된다. 현재의 채권시장 랠리가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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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주 가드너웹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퍼먼대학교에서  재무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