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미루니 집이 두 채?···신생아 특례대출, 다주택 마련 ‘꿀팁‘ 될라
신생아 특례대출 예산 27조, 1.6% 저리 혼인여부 무관···‘선 출산 후 신고’ 꼼수 "출산 뒤 혼인신고" 3년 새 12.7%p ↑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신생아 특례대출 목표 금액이 26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 특례대출은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대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수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비부부 중 남성이 주택 보유자일 경우 ’선 출산’해 특례대출을 받고 ‘후 혼인신고‘ 하면 남들보다 쉽게 다주택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도 미혼 남녀 중 ’출생신고 후 혼인신고'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위 같은 ‘꼼수’의 실현 가능성이 적잖이 보인다.
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국토부) 예산안 분석자료에 따르면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예상액 34조9000억원 중 신생아 특례대출 구입 자금 비중은 26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39조6000억원이 투입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상품으로 내년 1월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대출신청일로부터 2년 이내 아이를 낳았고 합계 연 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 자산 5억6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가 신청 대상이며 9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할 때 5억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최소 연 1.6%에서 최대 3.3%로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리는 대출받은 뒤 5년까지 유지되고 만약 아이를 더 낳을 경우 한 명당 0.2%포인트를 추가로 낮춰준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특례보금자리론과 대출한도는 같으면서도 금리는 낮기 때문에 파격적인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 최저 금리는 특례보금자리론의 중단 직전 금리인 연 4.65%~4.95%와 비교할 때 최대 3.35%포인트 저렴하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올해 집값 반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가운데 신생아 특례대출 역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에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대출을 받아 갈 수 있는 지원 대상자 수가 (특례보금자리론처럼)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생아 특례대출에는 특례보금자리론에 없는 출산 여부, 자산과 소득 기준이 명시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만을 기준으로 특례대출 신청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해 부정수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예비부부 둘 중 한 명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출산 먼저 한 다음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 무주택 가구만 신청 가능하다는 규정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산정책처는 혼인신고 부부 중 약 25%가 혼인 시점과 혼인신고 시점 간에 1년 이상의 시차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본지 취재 결과 출산하고 난 뒤에 혼인신고 하기를 희망하는 미혼 남녀는 2019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매년 전국 25~3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혼인신고 희망 시점' 조사에 따르면 '기간 상관없이 아이를 낳은 뒤' 혼인신고 하기를 원한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은 2019년 3.1%밖에 되지 않았으나 2022년에 15.8%로 급증했다.
한편 '결혼식 이전 혼인신고' 하기를 희망하는 응답자의 45.2%는 '전세자금 대출 및 주택 마련 문제'를 이유로 들어 국내 미혼 남녀는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에 따라 혼인신고 시기를 결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미혼 상태의 여성이 아이를 출산할 경우 출생등록 과정도 어렵지 않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법적 혼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등록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아이에게 생부의 성씨도 부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예산정책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검토하고 이를 최소화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