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포' 다음은 '공매도' 전면 금지···총선 늪에 빠지는 주식시장

예결위서 송언석 문자 보내다 작전 노출 한시적이란 수식어 붙여 전면 금지 예상

2023-11-03     이상헌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포시 등 주변 소도시를 서울시로 편입하자는 '메가서울'에 이어 국민의힘이 다음 카드로 꺼내 들 총선 전략이 노출됐다. 올 한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인 공매도(short selling)를 전면 금지해 개미들의 표심을 끌어와 보겠다는 작전이다.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이 이날 같은 위원회 소속 장동혁 의원에게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다 뉴시스 카메라에 잡혔다.

국내에선 지난 2020년 전면 금지된 바 있는 공매도를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 종목에 한해 허용해 왔다. 최근 윤석열 정부 안팎에선 중소형주 배제 원칙이 적용된 이런 한시적 공매도를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전면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다시 원점에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라고도 했다.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2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반대 여론이 힘을 받자 대형주 공매도까지 전면 금지하자는 발상인데, 정부는 여기에 한시적이란 수식어도 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병행하고 제도 개선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공매도를 금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이 장동혁 의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 여당의 총선 전략 정보가 노출됐다. 사진은 기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CG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연합뉴스

금융감독원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꾸리고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대한 거래 전수조사에 나선다. 조사2국 산하 8명(팀장 포함)으로 구성된 공매도 조사팀을 총 20명 규모 특별조사단으로 확대한다. 공매도조사기획팀, 공매도조사1·2반 등 1개 팀 2개 반으로 구성한다.

금융당국이 직접 공매도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자본시장의 요즘 분위기와 연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5572억원 가운데 포스코홀딩스(7324억원)와 포스코퓨처엠(4036억원)이 5%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빚투 잔고가 포스코 계열사 두 종목에 몰린 것은 7월 31일 모건스탠리가 "포스코홀딩스의 주가가 80%의 높은 확률로 15일 내 떨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다. 개미들이 빚을 더 내 해당 주식을 더 사들이며 항전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시 64만2000원이던 포크코홀딩스 주가는 이날 43만8000원까지 16%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또 당시 외국계 증권사뿐 아니라 국내 기관도 포스코의 이차전지 사업은 고평가된 것으로 분석한 바 있으나 개미들은 불법 공매도로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전쟁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동학농민운동식 항쟁으론 주가가 떨어지는 속도밖에 늦추지 못한다"며 "기업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외세와의 경쟁 방식은 증시 건전성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31일부터 현재까지 포스코홀딩스 주가 흐름. /여성경제신문DB

배터리 아저씨라 불리며 최근 유튜브에서 이같은 동학개미 운동을 일으키고 있는 박순혁 대표는 "외국 기관들이 불법으로 한국 증권시장에서 돈을 갈취해 가는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매국 행위"라면서 공매도 기록을 수기(手記)에서 전산화로 바꾸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공매도 금지가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공매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주요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 쓰이는 것으로 한국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수단이 사라지면 해외 투자금이 들어올 요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한국보다 앞서 공매도를 시행해 온 금융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증거는 없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금융 선진국들은 지난해 3월 주가 급락기 때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지만 주가의 급락은 없었다. 오히려 가격 거품을 없애고 증시에서 '작전세력'을 몰아내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전략을 김포시 서울 편입에 이어 내년 총선 카드로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매도를 완전히 없애자는 게 아니라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선진화시킬 때까지 당분간 전면 중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전산시스템 등을 선진화시키는 데 굳이 제도까지 중단시켜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